[사회] “내 통역 쓰겠다” 책상 치던 로저스 쿠팡 대표, 처벌은 어렵다?

본문

btbecaebcd4a1c33528d5a977d3f2794e0.jpg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언성을 높이고 손으로 책상을 치는 등의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현행 법체계상 이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로저스 대표는 위증 혐의로도 고발이 예정돼있으나, 위증은 고의성이 증명돼야 하는 만큼 광범위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입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회모욕죄’ 주장 나오지만 처벌 사례 드물어 

btc54f5de6eb89cbad31783be6e78d56f1.jpg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로저스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위원들과 통역기 사용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17일 청문회에서 느린 통역과 오역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는 국회 측에서 동시통역을 준비했으나 로저스 대표는 개인 통역사를 쓰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동시통역기를 착용하라”고 요구했고, 로저스 대표는 “이건 매우 불법적인(illegal) 행위”라며 “이의제기하고 싶다”고 맞서 설전이 벌어졌다. 결국 로저스 대표가 통역기를 착용하며 소란이 일단락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증인은 위원장의 절차 진행에 따라야 한다. 국회법 49조에서 위원장에게 의사진행권과 질서유지권, 사무감독권이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국회증언감정법에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12조) 국회를 모욕(13조) 혹은 위증한 경우(14조)에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 지시 불이행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로저스 대표는 이밖에도 손으로 책상을 치거나 ‘그만합시다(Enough)’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일단 출석한 이상 증언 태도를 이유로 처벌할 수는 없다.

이는 국회에서 “로저스 대표를 국회 모욕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회증언감정법 13조 1항은 “증인이 폭행·협박, 그 밖의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때”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실제로 국회 모욕 발언이 유죄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2022년 경제사회노동위 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 발언으로 고발됐으나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됐다.

위증은 ‘고의적 거짓말’ 입증돼야 

bt146b12a94f0b884dc141c6b63f9ddc0d.jpg

지난해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와 별개로 과방위는 로저스 대표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지난해 12월 31일 예고했다. 쿠팡 측이 중국 현지에서 개인정보 유출자를 접촉하고 노트북을 수거해 자체 포렌식한 데 대해 “정부기관(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다. 국정원은 ‘명백한 허위’라며 국회에 로저스 대표에 대한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 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튿날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접촉을 지시했고, 기기를 회수한 다음에는 알아서 해도 된다고 했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로저스 대표 역시 “이번 조사는 민간 기업과 정부기관이 협력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위증 처벌을 위해서는 로저스 대표 등 쿠팡 경영진의 ‘인식’이 입증돼야 한다. 설령 객관적 사실과 다른 말을 했더라도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예를 들어 국정원에서 보낸 공문이나 보고에 관여한 실무자 등을 조사하면 허위 여부는 금방 드러날 것”이라며 “내심의 의사는 여러 객관적인 간접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여타 범죄에서도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때는 외부적인 정황을 근거로 판단한다”고 했다.

btbd7629cc938318e44f0ef82914dcb15f.jpg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앞에서 관계자가 물류상자를 짐수레로 옮기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를 위해서는 쿠팡과 국정원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국정원은 ‘업무 협의’는 있었지만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입장을 내고 “국정원법 직무조항 4조에 명시돼 있는 규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해 쿠팡 측과 업무 협의를 진행한 것”이라며 “이재걸 부사장의 발언에도 허위가 포함돼 있다고 보고 위증죄로 고발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로저스 대표 개인의 발언에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로저스 대표의 태도는 3300만개의 계정을 유출한 책임을 지고 나온 사람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고, 공분을 살 만하다”면서도 “불출석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대신 출석한 로저스 대표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인 국회가 열을 올리는 건 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안의 본질도 아니다”라고 했다. 과방위는 김 의장을 포함한 7명을 불출석·위증 등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16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