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아로 태어나 하녀·공장노동자로 일한 어머니의 노년[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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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디디에 에리봉은 파리 동북부 랭스의 노동자 가정 출신 게이다. 그는 동성애를 혐오했던 아버지와 불화를 겪으면서 청년 시절 랭스를 떠나 파리에서 가족과 절연하며 살았다. 일간 리베라시옹과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문예기자를 거쳐 지금은 아미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지성사에 정통하며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 문제에 관한 글을 많이 쓰고 있다. 에리봉은 사회적인 상승 이동에 성공한 ‘계급 탈주자’에 속한다.

그가 지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의 주인공은 그의 어머니다. 에리봉의 어머니는 어릴 때 부모님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서 자랐고 열네 살에 하녀가 됐으며 가정부와 공장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이 책은 노동계급 여성이었던 어머니의 개인적 전기를 ‘사회적 전기’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30년 가까이 가족과 절연해 살았던 에리봉이 랭스 집을 떠난 후의 어머니 삶을 제대로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지은이는 20대까지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병상의 노년기 어머니와의 대화 등을 통해 알게 되고 느끼게 된 점들을 중심으로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에 관한 사회적 전기를 썼다. 예를 들자면, 게이이자 계급 탈주자인 지은이 자신을 여성이자 지방 노동자인 어머니와 비교하면서 소수 집단을 낙인 찍고 열등화하는 프랑스 사회의 메커니즘을 비판하는 식이다.

에리봉은 계급과 성적 차별을 겪었던 어머니의 일생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늙음과 장애를 숙명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 주체의 취약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지은이는 어머니가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열악한 돌봄, 공공의료의 현실, 노인들을 위한 정치적 대표성의 부재 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에리봉은 앞서 2006년 아버지 사후 가족적·계급적 뿌리였던 랭스로 돌아가 자신의 과거와 가족의 사회적 궤적을 냉정하면서도 섬세하게 회고적으로 분석한 『랭스로 되돌아가다』(2009)를 펴냈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랭스로 되돌아가다』와 함께 새로운 글쓰기의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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