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본의 일본화, 1500원 터치" "반도체 호황, 13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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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환율, 4대 시중은행 전망
국내 주요 은행은 새해 달러당 원화값 평균이 1400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의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1400원대 원화 약세가 기준선처럼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고강도 대응 속에 원화값은 한때 1480원을 웃돌던 급격한 약세에서 벗어나 1440원 선으로 내려왔지만, 큰 폭의 추가 강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9.2원 떨어진 143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큰 국가적 위기가 없었던 해 가운데 연말 종가가 1400원 선으로 내려간 사례는 2025년이 처음이다. 외환위기(1997년)와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연평균 원화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평균 달러당 원화가치는 1422.16원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1394.97원)보다도 낮았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가 곧 휴지조각이 된다는 우려는 과도하다”며 “달러인덱스(DXY)와 상당히 많은 부분이 괴리돼 올라가는 건 내국인 심리가 환율 상승을 크게 드라이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외환당국이 지난해 말 고강도 시장 개입을 이어가고, 국민연금도 대규모 환헤지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원화가치가 달러당 1500원 선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 같은 방어가 올해에도 고강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환율 전문가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달러당 원화가치 평균으로 1430원을 제시했다. KB국민은행은 1420원, 하나은행 1400원, 우리은행은 1390원을 각각 전망했다. 연초 약세 후 하반기 반등(상저하고) 또는 상반기 고점 이후 하락(상고하저) 등 연간 흐름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금리 경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연중 환율 변동성 확대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이 올해 달러당 원화 가치 상단을 1510원으로 가장 낮게 제시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환율 상승을 이끌던 시장의 관성은 다소 꺾였지만, 장기적인 원화 약세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며 “하반기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다시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지난해 말 환율 급락을 추세적인 원화가치 상승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상반기에는 1400원 안팎의 원화강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하반기에는 1400원대 이상의 고환율(원화 약세) 구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신한은행은 상반기 1360~1490원, 하반기 1390~1510원을 전망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1360~1450원, 하반기 1380~1480원을 제시했다.
새해 원화 약세 지속을 우려하는 근거 중 하나로 자본 이탈에 따른 ‘일본화(化)’ 조짐이 거론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일본화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그 강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아베노믹스 국면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며 개인 자금의 해외 이동이 구조화됐던 것처럼, 최근 한국에서도 서학개미와 기관투자가의 달러 자산 선호가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10월 미국 주식 순투자 규모는 한국이 64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532억 달러)와 일본(170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하반기 위안화 강세와 원화 약세의 대비가 뚜렷했다”며 “중국이 기술 자립으로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안,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미국 자산 선호가 유독 강하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기초체력 격차도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제성장률과 금리 수준에서의 구조적 차이가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한 반면, 미국은 약 2.0~2.1%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상단 기준)%, 한국은 2.5%로 1.25%포인트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는 원화 강세로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미 관세 협상 이후 불거진 대규모 대미 투자 부담, 당국의 환율 개입에 대한 시장 신뢰 부족 등도 환율 안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원화 가치가 점진적으로 상향 안정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1390~1460원, 하반기 1330~1440원을 예상했다. 하나은행은 1~4월 1400~1425원, 5~8월 1420~1450원, 9~12월 1380~1410원을 제시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반도체 호황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등이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경우 글로벌 자금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가 국내 국채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채 투자 자금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반도체 호황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을 확대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역시 원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으로 미국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되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도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화값 높이기 위한 당국 개입,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과도”
“국민연금이 정부정책 시다바리(보조) 노릇하다가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거네. 그래도 되는 건가.”
“곧 환율조작국 지정 유력!” “외환보유액 투입, 이러다 또 IMF?”
지난해 말 외환당국이 강력한 시장 개입을 시사한 이후, 환율 안정의 실효성보다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전문가는 개입의 근본 효과에는 회의적이면서도, 시장 불안을 키울 정도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둔다.
우선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미국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 15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초과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순매수가 8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한국은 무역·경상수지 기준은 충족했지만, 달러를 사들이는 개입이 아닌, 파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세 번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개입은 원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미국이 문제 삼는 환율조작과는 방향이 정반대”라며 “지정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환헤지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말 환율 1470원대에서 국민연금이 환율 하락 압력을 만드는 전략적 환헤지를 가동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국민연금은 해외자산의 최대 15% 범위에서 환헤지를 운용할 수 있는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해외주식 자산(약 532조원)의 10%만 헤지해도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헤지는 양날의 검이다.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발생하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손실을 방어할 수 있다. 김영익 전 서강대 교수는 “원화 가치는 저평가된 상태로, 환헤지 손실 우려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도 분명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략적 환헤지는 단기 안정에는 효과가 있지만, 헤지 비용 증가와 변동성 확대, 수익률 훼손 우려가 뒤따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연헤지(환노출)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할 때 전략적 헤지를 병행하고, 외화채 발행 등 대안을 통해 운용의 독립성을 높이는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진다. 외보유액 4000억 달러 수준의 적정성을 두고 우려가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순대외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외환 안전판과 대외건전성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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