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돈 줄 막힌 북한에 솔깃 제안…"2억달러 줄게, 교회 지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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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악단'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사진 CJ CGV
국제 기독교 단체가 서방의 경제 제재로 돈줄이 막힌 북한에 솔깃한 제안을 한다. 2억 달러를 지원할 테니, 평양에 교회를 짓고, 서방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부흥회를 열라는 것.
영화 '신의악단' 김형협 감독 인터뷰
교회 세우는 거야 그렇다 쳐도, 부흥회를 여는 건 종교를 아편으로 생각하는 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달러가 절박한 북한 당국은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기독교인 잡으러 다니는 보위부에 2주 안에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에 건설 현장 등에서 선전 악단 활동을 하던 단원들이 엉겁결에 소집돼 맹훈련에 돌입한다.
영화 '신의악단'(지난달 31일 개봉)의 스토리다. 영화는 체제나 이념 대신,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선에 주목한다. 서로 속고 속이던 이들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블랙 코미디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앙상블, 고립되고 긴장된 상황에서 피어나는 웃음, 묵직한 인간애를 담은 결말 등 고(故) 김황성 작가의 전작 '7번방의 선물'(2013)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빠는 딸'(2017)에서 부녀 간 사랑을 그렸던 김형협(54) 감독의 따뜻한 연출이 더해져 작품의 휴머니티 지수는 더욱 상승한다.

영화 '신의악단'을 연출한 김형협 감독. 사진 CJ CGV
지난달 3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냉혈한 보위부 장교 교순(박시후)이 단원들과의 관계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어서 연출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 보위부 군인들까지 '아멘'을 외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게 이 영화 최대의 아이러니다. 당성이 투철한 보위부 장교 교순과 태성(정진운)도 가수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부른다. 스토리텔링에서 캐릭터의 본심을 보여주는 좋은 장치가 아이러니라고 생각한다.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거나('아빠는 딸'), 감옥에서 아빠와 딸이 동거하는('7번방의 선물') 등의 설정 말이다."
- 어떤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나.
"북한이 해외 원조를 받아 설립한 칠골 교회,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방북 행사, 40만명으로 알려진 북한의 지하 교인 등을 토대로 김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고, 보위부 출신 탈북자 백경윤 씨가 각색에 참여했다. 백씨 덕분에 보위부가 교인 박해하는 장면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었다. 악단 출신 탈북자도 만났다."

영화 '신의악단'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사진 CJ CGV
- 몰래 예배 드리던 일부 단원들이 보위부 군인들 앞에서 대놓고 찬양하는 상황도 아이러니하다.
"그렇다. '모든 것이 은혜'라는 찬양 가사처럼 그들은 북한에서 마음껏 찬양할 수 있다는 걸 은혜로 받아들인다."
- 몽골에서 촬영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
"1월에 몽골에서 영화를 찍겠다고 하니 몽골 영화 관계자가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자기들도 겨울엔 영화 안 찍는다면서. 촬영 장비도 열악하고 너무 추웠다. 영하 30~40도의 추위에 카메라가 얼어붙어 녹이면서 촬영해야 했다."
- 단원들이 설원에서 '주 예수 나의 산 소망'을 합창하는 장면은 정말 추워 보이던데.
"서로 마음을 열게 된 단원들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인데, 칼바람이 불며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는 해질 녘 1시간 안에 찍느라, 메가폰으로 소리를 지르며 밀어붙여야 했다. 그 때 정진운·서동원 배우 등이 동상에 걸렸다."

영화 '신의악단'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사진 CJ CGV
- 대중가요 '사랑은 늘 도망가' 선곡이 눈에 띈다.
"애인의 배신에 상심한 교순은 단원이 기타 치며 노래하는 이 곡을 듣고 심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음악의 힘은 체제와 이념을 넘어선다. 북한 주민들도 몰래 이 노래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발 넓은 제작사 대표가 이 노래 원곡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았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자유…같은 것'이란 태성의 대사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를, 단원들과의 경험과 관계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는 순간을 함축한 말이다. 그가 부른 '광야를 지나며'는 심적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거친 광야를 걸어가는 남자의 외로운 모습을 표현해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영화 '신의악단'은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들어 부흥회를 준비하는 내용이다. 사진 CJ CGV
- 교순과 태성의 감화가 급작스럽게 전개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간보다는 계기의 문제라고 봤다. 교순은 악단 경험 덕분에 어린 시절 자신의 잘못으로 기독교 신자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를 넘어서게 된다. 원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던 태성은 단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유의 실체를 조금씩 맛보게 된다는 생각으로 연출했다."
- 기독교 신자들에게 확실히 소구되는 영화인 것 같다.
"기독교 신자 상대로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자유롭게 종교 활동 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이 영화가 사람을 살린다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그런 의미가 있는 영화다. 사상 때문에 사촌 형도 죽인 교순이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변해가는 건 종교를 떠나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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