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예금금리 올려도 12월에만 32조 빠졌다…연말 자금 이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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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모습.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최근 들어 예금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오히려 예금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이탈했다. 연말 회계 결산과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가계·기업의 ‘머니 무브’가 나타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39조2863억원으로, 한 달 전 971조9897억원보다 32조7034억원(3.4%) 감소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앞선 지난해 10월 전월 대비 14조8674억원 증가하며 플러스로 돌아선 데 이어 11월에도 6조4208억원 늘었다. 그런데 12월 들어 두 달간 증가분을 훌쩍 웃도는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같은 예금 이탈은 연말 회계 결산을 앞둔 기업들의 자금 운용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들은 통상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을 재예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말에는 부채비율 등 재무제표상 지표를 관리하기 위해 여유 자금을 일시적으로 회수하기도 한다. 연말에 자금을 빼 두었다가 이듬해 다시 예금에 가입하는 관행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674조84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24조2552억원 늘었다.
예금 자금의 일부는 증권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첫 종합투자계좌(IMA) 상품이 출시되면서 예금을 증권사 계좌로 옮긴 것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23일 모집을 마감한 IMA 상품에는 8638억원의 개인 투자 자금이 유입됐다.
은행권은 연말로 갈수록 정기예금 금리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며 자금 유출을 막으려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금융권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예금금리는 연 2.81%로 전월보다 0.24%포인트 상승했다. 평균 예금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도 지난해 초보다 높은 12개월 만기 기준 2.05~3.0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대출 규제의 영향도 거론된다. 가계와 기업 대출이 동시에 막힌 상황에서 자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대출 시장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대출 규제와 총량 관리 여파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105조5646억원에서 지난달 104조9685억원으로 5961억원 감소했다. 감소 폭은 지난해 1월(1조5950억원) 이후 가장 크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9월 줄었다가 이후 10월(9251억원)과 11월(8316억원) 두 달간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생활비 등 소비 비중이 큰 대출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가장 먼저 줄이거나 갚는 부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들어 가계와 기업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정기예금을 깨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말 금융시장에서 가계와 기업이 소비나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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