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부통령이 승계"vs"대통령은 마두로"…미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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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뒤 하루도 안 돼 통치 주체를 둘러싼 혼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승계 주체로 지목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반박에 나서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한 권력이양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오른쪽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적절한 권력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그 나라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해당 기자회견 직전 대통령에 취임했고,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까지 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는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베네수엘라 국영TV에 등장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루비오 국무장관과 통화, 대통령직 승계 선서를 언급하지 않았고 방송 하단 자막 역시 부통령이라는 직책을 띄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번 사태를 ‘납치’로 규정한 뒤 마두로와 영부인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 나라엔 대통령은 단 한 명 뿐이며 그 이름은 마두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승계 프레임을 사실상 반박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엇박자를 놓고 권력 공백을 둘러싼 양측의 이해관계 충돌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실성 있는 현지 통치 주체를 전면에 세워 베네수엘라의 내 혼란과 반미 여론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디딤돌로 삼아 권력이양까지 관리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로드리게스 부통령으로선 공개적으로 승계를 인정하는 건 위험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미국의 앞잡이로 전락해 군부와 친정권 지지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지난해 6월 카라카스에서 열린 외교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체포가 다음 단계를 치밀하게 계산하지 못한 채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구체적 통치 방식에 대한 질문에 “내 뒤에 서 있는 사람들(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운영을 맡을 것”이라며 “필요하면 지상군 투입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만 답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로이터통신은 “미군이 베네수엘라 영토를 통제하고 있지 않다”며 “마두로의 정부 기구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고 워싱턴에 협조할 의사도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로드리게스 부통령에게 임시 국가 지도자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라고 명령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대법원은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행정의 연속성과 국가의 포괄적 방위를 보장하기 위해 대통령직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권한대행 자격으로 인수하고 행사해야 한다"고 같은 날 설명했다. 동시에 현재를 “대통령의 불가피한 부재 상황”이라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권력이양 시나리오보다 주권 방어를 내세운 체제 방어형 임시 승계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일각에선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미국과 소통을 하고도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로드리게스에겐 선택지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대로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해석이다. 국내에서도 신변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데 미국 뜻만 좇는 건 스스로 생존 확률을 깎는 행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이 베네수엘라 내 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3일 베네수엘라 거리는 대체로 평온했다”면서도 상반되는 분위기를 전했다. 카라카스에 소규모 마두로 지지자들이 모인 상황에서도 한 시민은 “영화 같은 일이 벌어져 이게 진짜인지 의심할 정도로 기뻤다”고 마두로 체포에 안도감을 표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 광장에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이송 발표 이후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환호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붕괴로 모국을 떠난 해외 베네수엘라 사회에서 더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교외 도시 도럴, 스페인 마드리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에선 수천 명의 인파가 모여 축하 행사를 열었다. 스페인에 3년째 거주 중인 베네수엘라인 안드레스 로사다는 매체에 “카라카스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은 힘들지만 그 너머에는 우리를 자유로 이끌어 줄 빛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 베네수엘라인은 “우리나라가 자유로워지고 돌아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감격해했다.
섀넌 오닐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선임부회장은 이날 CFR 전문가 브리프 기고에서 “트럼프, 의회, 미국 여론 모두 베네수엘라에 대한 장기 점령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그 결과 앞으로 수일·수주·수개월 동안 불확실성과 분열, 어쩌면 혼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니얼 드페트리스 미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 연구원도 “마두로를 끌어내리는 것은 쉬운 단계일 뿐이며 문제는 그 다음”이라며 “군 내부 분열, 범죄조직 확산, 내전, 더 나쁜 독재자의 등장 등 의도치 않은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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