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두로 잡자 '석유' 꺼낸 트럼프…베네수엘라발 유가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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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중남미 정세를 넘어 세계 석유 시장에도 중대한 변수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 깔려있다. 다만 유가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한 참가자가 '석유를 위한 전쟁은 안된다(No war for oil)'는 피켓을 들었다.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거대 석유 회사들을 투입해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투자하고, 심각하게 망가진 석유 기반 시설을 수리하여 그 나라(베네수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며 “석유를 훨씬 더 큰 규모로 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두로 체포 몇 시간 만에 미국 대통령이 석유가 동기였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더욱 대담하고 충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저유가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을 펴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의 마두로 축출이 장기적으론 베네수엘라 원유를 세계 공급망에 다시 편입시켜 유가 급등을 억제하려는 에너지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이 약 3030억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한다. 매장량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서는 세계 1위다. 그러나 최근엔 하루 생산량이 100만 배럴에도 못 미쳐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1%에 불과할 정도다. 1999년 우고 차베스 집권 이후 석유 산업 전면 국유화와 외국 자산 몰수에 나선 영향이다. 원유 생산과 수출이 급감했고, 최근엔 부실 경영과 경제 제재까지 겹쳤다. 현재 주요 수출국은 중국으로, 비중은 80%에 달한다.
최근 국제유가는 공급량 증가 등을 이유로 지난해만 약 20% 하락했다. 마두로 체포 전인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57.3달러, 브렌트유는 60.8달러로 마감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120달러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신재민 기자
올해도 공급 과잉이 유가를 끌어내릴 거란 전망이 앞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이 수요를 하루 평균 380만 배럴 웃돌 것으로 봤다.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 OPEC+는 4일(현지시간) 회의를 여는데, 증산 중단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소폭 상승할 수는 있지만, 공급 차질이 아닌 지정학적인 위험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핵심 생산ㆍ정제 시설이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기업인 A/S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은 “4일(현지시간) 저녁 개장 시 브렌트유 가격은 1~2달러, 혹은 그 이하로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이 정도의 공급 차질은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반다 인사이트의 최고경영자 반다나 하리도 “석유 시장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미미한데, 베네수엘라 위험 프리미엄이 약간 상승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네수엘라 북동부 안소아테기주 카브루티카 인근 오리노코 벨트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PDVSA가 운영하는 중질유 처리 공장. 화염이 타는 천연가스를 볼 수 있다. 2015년 4월 16일 촬영. 로이터=연합뉴스
당장의 변수는 생산량 자체보다 수출과 물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MST 마퀴의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은 “정권 교체 이후 제재가 해제되고 외국인 투자가 재개되면 장기적으로 수출량이 하루 30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가들은 최근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 감소가 유가를 떠받쳐 왔다고 본다”며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원유 수출이 정상화될 경우, 유가는 주요 지지 요인 하나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석유사들의 수혜 기대감과 별개로, 실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최소 수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가 들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재건은 매우 야심 찬 계획이며,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는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10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할 거로 계산했다.
서드 브리지의 애널리스트 피터 맥널리는 “서방의 거대 석유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 호르헤 레온은 “역사는 강제적인 정권 교체가 석유 공급을 빠르게 안정시킨 사례가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리비아와 이라크가 분명한 선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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