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적' 불리던 요원 32명 몰살당했다…쿠바 정보기관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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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아바나에 있는 내무부 건물 전경. EPA=연합뉴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면서, 그를 밀착 경호해온 쿠바 정보기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십 년간 ‘중남미 최정예’로 불리던 쿠바 정보기관은 마두로를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요원 32명을 잃으며 사실상 참패를 당하면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마두로 체포 작전은 쿠바 정보기관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쿠바는 가장 중요한 보호 대상을 잃었고, 미국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쿠바 정보요원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보호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새벽 2시께 미 특수부대가 카라카스의 안전가옥을 급습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쿠바 정보기관의 ‘무적’ 명성에 결정적인 균열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쿠바 요원 32명이 사망했으나, 미군 측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리는 희생자가 없었고, 상대는 많은 인원이 사망했다. 주로 쿠바인 병사들이었다”고 밝혔다.

쿠바 정보기관은 공식 명칭이 디레시온 데 인텔리겐시아(Dirección de Inteligencia·DI)로, 1961년 쿠바 혁명 직후 소련 KGB의 지원을 받아 창설됐다. 냉전 시기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암살 음모를 차단하고, 미국 고위 인사를 포섭했으며, 앙골라·파나마 등 여러 국가 정상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스파이 조직’으로 명성을 쌓았다. 구소련 역시 중남미와 아프리카 정보망 구축 과정에서 쿠바에 크게 의존했다.

동맹국 보호, 사회 불안 감지, 반체제 세력 억압에 특화된 쿠바 정보기관의 전문성은 일종의 ‘수출 상품’이었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자 쿠바는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와 밀착하며 정권 유지의 돌파구를 찾았다. 아스드루발데 라 베가 등 쿠바 고위 정보·군사 인사들이 베네수엘라로 파견돼 경호팀을 이끌었고, 데 라 베가는 마두로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잠도 옆방에서 잘 정도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두로 체포 이후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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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린 뒤 호송 요원들에 이끌려 맨해튼의 남부연방지방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마약 관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들은 처음으로 미국 법정에 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쿠바 정보기관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건으로 평가한다. 『쿠바의 베네수엘라 개입』(Cuba’s Intervention in Venezuela: A Strategic Occupation with Global Implications)의 저자 마리아 베를라우는 “이는 명백한 쿠바의 패배”라며 “안보 절차와 대응 체계에 심각한 취약점이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호르헤 카스타녜다 전 멕시코 외무장관도 “더 심각한 점은 쿠바가 미군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필요한 전력이 적절히 배치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번 경호 실패는 쿠바 내부 정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전례 없는 경제난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재정 지원과 저렴한 석유 공급이 끊길 경우, 쿠바 공산 정권의 유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전직 쿠바 정보요원도 “국민은 굶주릴 수 있어도 억압 기구는 특권을 유지해야 체제가 버틴다”며 “경제적 여력이 사라지면 어떤 정권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때 중남미 정보망을 주도하며 ‘체급 이상으로 싸워온’ 쿠바 정보기관은 이번 마두로 체포 작전으로 냉전시대부터 이어진 신화를 잃고, 내부 쇠퇴와 외교·경제적 고립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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