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 '희토류 보복'에 반격 카드 없다…벼랑 끝 다카이치, 24조…
-
22회 연결
본문
중·일 갈등 제2 라운드 막이 올랐다. 중국이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를 앞세워 일본을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일각에서는 희토류 등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이중 용도’ 물자 수출 금지 조치에 일본이 연간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하는 경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선택지도 좁아지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 6일 저녁 중국 상무부의 기습 수출 금지 발표에 일본 정부는 깊은 유감과 함께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7일 오전 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국제적인 관행과 크게 달라 결코 허용할 수 없으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 등이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 “내용에 불명료한 점도 많기 때문에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겠다”며 “내용을 정밀 조사, 분석한 뒤 필요한 대응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물자에 한해 일본 수출을 금한다고 되어 있는 추상적인 중국 정부 발표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데엔 ‘학습 효과’가 있다.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두 번째기 때문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제한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전기차와 반도체 등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었기때문에 수출 중단은 일본에 타격이 컸다. 일본 정부는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한편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 물자에 대해 일본 수출을 금지한다는 발표를 내놨다. 신화통신·AP=연합뉴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木内 登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센카쿠 문제 때 90%에서 현재 6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용 모터에 사용되는 자석의 보조재료인 디스프로슘, 테븀 등의 희토류는 거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중국이 미국 관세조치에 대항해 디스프로슘 수출 제한을 내리면서 포드 등 미국 자동차 공장은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그는“만약 희토류 수출 규제가 1년간 계속되는 사태가 된다면, 손실액은 2조6000억엔 정도, 연간 명목·실질 GDP(국내총생산)는 0.43%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만유사시 군사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국과의 갈등을 야기한 다카이치 총리의 ‘반격 카드’가 적은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이 지속해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사실상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수출 규제 등으로 수위를 올리며 다카이치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도 이중 물자 수출 금지 조치에 이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일본산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방위적 압박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중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수출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9년 일본이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와 같은 조치를 중국에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정치학 교수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대화 카드’ 이외에는 당장 다카이치 정권이 쓸 수 있는 조치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껏 발언 철회를 하지 않은 만큼 쉽게 발언을 무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 “오히려 중국의 압박을 계기로 방위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이 과거에 했던 것처럼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지만 AI(인공지능) 시대에 스마트폰, PC 등 희토류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만큼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