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포’ 시리즈 감독 신작 ‘누벨바그’…“역겨운 영화” 혹평·극찬 갈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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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아바타:불과 재’와 ‘주토피아 2’가 휩쓸고 있는 연초 극장가에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도 연이어 개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신작 ‘누벨바그’와 짐 자무시의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 7일 개봉한 오쿠야마 히로시의 ‘마이 선샤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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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xxxx-xxxx)의 탄생 과정을 담은 ‘누벨바그’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시네필’(영화 애호가)을 중심으로 잔잔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온라인 관람평에 간혹 “역겨운 영화” “올해 최악의 영화” 같은 극단적인 혹평이 ‘별점 5점’과 함께 올라와 눈길을 끈다. 이는 영화 속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실은 “걸작”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의미다.
러닝타임 105분인 이 영화는 195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영화 ‘악마의 고개’ 시사회장에서 시작한다. 고다르는 시사회 뒤풀이 자리에서 ‘악마의 고개’ 제작자인 조르주 드 보르가르를 만난다. 고다르가 “역겨운 영화”라는 말로 운을 뗐고, 보르가르가 “영화평을 기다리겠다”고 화답하자 고다르는 “최고의 영화평은 영화를 찍는 것”이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보르가르는 이 만남을 계기로 고다르의 데뷔작인 ‘네 멋대로 해라’(1960년)의 제작자가 된다. ‘네 멋대로 해라’는 오늘날 ‘숏폼’으로 진화한 ‘점프컷’(중간 과정을 끊는 편집) 등을 도입해 고다르를 유명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작이다.
‘영화는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극찬을 받는 거장이지만, ‘누벨바그’에선 고다르의 ‘찌질한 뒷모습’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말이 앞서는 고다르는 동료들에게 “하든가, 닥치든가” 같은 핀잔을 듣기도 하고, 자신의 첫 영화를 그야말로 ‘제 멋대로’ 촬영하고 편집해 출연진과 스태프, 영화 제작자를 큰 불안과 혼란에 빠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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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성 영화감독들은 세트장에서 정해진 각본대로 촬영하고 시간적 연속성에 따라 편집했는데, 영화계 일각에선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자는 ‘누벨바그’(새로운 물결) 사조가 생겼다. 감독은 짜인 대본대로 촬영하는 기술자가 아니라 연출자여야 한다는 작가주의 운동이기도 하다. 고다르는 누벨바그 감독 중에서도 극단에 선 인물이다. 매일 카페에서 쪽대본을 쓰고 연출법을 현장에서 정했다. 고다르가 두 시간 만에 촬영을 마무리하거나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다”며 촬영을 접는 일이 빈번해지자, 제작자와 몸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한다. 하지만 고다르는 끝내 성공을 거둔다.
‘누벨바그’는 거장의 성장 스토리라는 점에서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관람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의 성공에는 기라성 같은 선배 감독들의 조언과 괴짜를 알게 모르게 품는 주변 인물들의 고충이 있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만 ‘네 멋대로 해라’를 본 적이 없거나,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스토리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관람평도 많다. 흑백 영화에, 아카데미 비율로 불리는 화면(1.37:1), 영화사에서 낭만이 가득한 한때를 오마주하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첫 프랑스어 영화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미국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시네마에 꼽혔다. 오는 3월 열릴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부문 후보작에 오른 상태다.
극장가엔 또다른 칸영화제 초청(77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외화 ‘마이 선샤인’이 7일 개봉했다. 2019년 ‘나는 예수님이 싫다’로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신인감독상을 거머쥔 일본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차기작이다. 제25회 베니스영화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짐 자무시의 ‘마더 파더 시스터 브라더’도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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