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도 배달음식에 굴복한 당신…‘나쁜 식단’이 지구도 망친다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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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어크로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캠페인 일환으로 초(超)가공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섭취를 배제하는 새 식단 지침을 공개하면서 “미국인은 가공식품 때문에 병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만 그런가. 간편하게,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충분한 영양과 맛을 얻을 수 있단 이유로 우리는 종종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에 굴복한다. “집밥 해먹는 게 더 비싸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그런데 나만 아니라 현대 지구상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면 ‘나쁜 식단’과의 싸움이 과연 개인의 몫일까.
부제가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인 이 책은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글로벌 식량 시스템(생산·유통·소비)의 탄생부터 현재의 딜레마까지 정밀하게 톺아본다. 70여년 전, 늘어나는 인구의 해결책으로 획기적인 품종 개량과 폭발적인 생산량 증가가 이뤄지면서 이제 다수 국가는 기아 대신 비만이 당면과제다. 식탐과 싸우다 못해 건강에 적신호가 온 이들은 위고비 같은 의료 처방에 손 내밀고 있다. 수십만 년간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이 배고픔 해결이었단 걸 감안하면 이런 게 ‘배부른 고민’으로 보일 수 있다.

정크 푸드를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 [중앙포토]
문제는 이 ‘배부름’의 악순환이다. 오늘날 식용으로 기르는 동물의 총 무게는 현재 인류 전체 무게의 2배에 달한다. 우리는 이 가축들의 사료를 위해, 그리고 우리 자신이 먹기 위해 지구상의 경작 가능한 농지를 거의 다 써버렸다. 그런데 전 세계 농지의 28%가 먹지도 않는 식량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각자의 식탁이 이상 없이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낭비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생태다양성을 훼손한다. 우리는 우리를 파괴하는 시스템 속에서 먹고 마신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책은 끈질기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촉구한다. 저자 헨리 딤블비는 지속가능한 외식업 프랜차이즈 ‘레옹’의 공동 창립자이자 영국 ‘학교급식계획’(2014) 발표자로 2020~2021년 영국 ‘국가식량전략’을 주도했다. 개인도, 개별국가도 아닌, 국제사회 전체에 과제를 안기는 책이다. 원제 Ravenous: How to Get Ourselves and Our Planet Into Sh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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