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베네수 원유 판매대금 노터치” 행정명령…석유업계, 베네수 재건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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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석유ㆍ가스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양복 상의 옷깃에 부착한 ‘해피 트럼프’ 배지를 내보이고 있다. ‘해피 트럼프’ 배지는 트럼프 대통령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누군가 이걸 내게 줬다”며 배지에 대해 소개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로 미국이 얻은 수익금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원유 판매 대금을 미 재무부에 예치해 놓고 제3자의 압류 등 사법 절차를 차단함으로써 통제권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미 백악관이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외국 정부 예금 자금 보전은 미국에 최우선적 중요성을 지닌다. 해당 자금에 대한 압류 가능성이나 사법 절차 적용이 미국의 국가안보 및 외교정책에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하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 정부 예금 자금’은 베네수엘라 천연자원·희석유 판매 대금을 미 재무부 지정 계정 및 기금에 예치한 돈을 말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팔고 받은 돈에 대한 압류나 법원 명령, 저당권 행사 등 각종 사법 절차를 금지하거나 무효화함으로써 미 정부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미다.
“자금 통제권 잃으면 서반구 평화 노력 약화”
백악관은 세부 설명자료(팩트시트)에서 이번 행정명령을 내린 배경과 관련해 “해당 자금에 대한 압류를 허용할 경우 직접적으로 불법 이민자·마약 유입 차단을 위한 미국의 목표를 위태롭게 하고 해당 자금의 통제권을 잃으면 이란·헤즈볼라와 같은 악의적 행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국민과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평화·번영ㆍ안정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또 “이 행정명령은 해당 자금이 통치·외교 목적을 위해 미국이 관리하는 베네수엘라 국유 재산이며 민간의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로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 3000만~5000만 배럴을 인수해 국제 시장에 판매하고 그 수익을 재무부 계좌에 예치한 상태에서 베네수엘라와 미국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미국이 장기간 통제할 것이라는 계획을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공개하기도 했다. 판매 대금을 재무부에 예치한 뒤 제3자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부터 판매, 수익금 관리까지 사실상 전 과정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베네수 합치면 석유 55% 보유”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독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석유기업들은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 프로젝트 참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완전한 안전이 보장된다. 우리 계획은 거대 석유 회사들이 최소 1000억 달러(약 145조원)를 투자하는 것”이라며 재건 사업 참여를 거듭 독려했다. 또 “미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의 썩어가는 에너지 인프라를 재건하고 석유 생산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합치면 우리는 세계 석유의 55%를 보유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크게 성공할 것이고 미국 국민도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글로벌 석유ㆍ가스 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공격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작전이 서반구에서 중국·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중국이나 러시아가 했을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그린란드 점령을 용납할 수 없듯 베네수엘라를 점령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 석유업계 “베네수에 투자 불가능 상태”
행사에 참석한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협조 의사를 밝히면서도 딱부러진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런 우즈 엑슨모빌 CEO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한다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며 회사 차원의 현지 산업 상태 평가팀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업적 구조와 제도를 보면 투자가 불가능한 상태이다. 지속 가능한 투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언 랜스코노코필립스 CEO는 “저희 회사는 대통령의 노력에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 필요한 수십억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은행들과 함께 채무 재구조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유 산업 국유화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고 철수한 대부분의 미 주요 기업들과 달리 사실상 유일하게 현지 사업을 유지해 왔던 셰브론의 마크 넬슨 부회장은 “현지에 남아 있다는 게 유리한 점이 느껴지지 않은 날도, 느껴지는 날도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셰브론, 엑슨모빌, 코노코필립스, 핼리버튼, 발레로 등 17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참여했다.
“마차도 노벨상 양보? 얘기해봐야”

2025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AF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현재로선 베네수엘라에 2차 공격을 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사람들과 아주 잘 협력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방식은 매우 현명했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만 더 공격했어도 그곳 전체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상을 양도하면 마차도의 베네수엘라 운영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자신의 견해가 바뀔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내가 직접 그에게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며 “그가 오고 싶어 한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답했다. 마차도는 이번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앞서 마차도는 지난 5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감사 표시로 노벨평화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나누고 싶다고 언급했었다. 다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 “상을 취소ㆍ공유ㆍ양도할 수 없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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