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샤 만세” 외치는 이란 거리…축출된 왕조가 소환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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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이란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이란 왕세자 레자 팔라비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샤(국왕) 만세”, “팔라비가 돌아온다.”
지난해 말부터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최근 울려 퍼지는 구호다. 이란 이민자가 많은 영국·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각지에서 열린 연대 시위에서도 “샤 만세”, “팔라비와 함께 자유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라비(65)의 이름이 수십 년 만에 시위 구호 전면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이란 왕세자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이란 대사관 앞에서 이란 정권 반대 시위대가 이란 왕세자 레자 팔라비(가운데)의 초상화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러한 흐름에 호응하듯 팔라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시위 참여를 공개적으로 독려했다. 그는 “승리는 당신들의 것”이라며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고, “이란 정권의 억압 기제가 약화하고 있다. 거리에서의 집단행동을 멈추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상황을 주시하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관심도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를 바라고 있다”며 “두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자 팔라비가 11일(현지시간) X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시위대 집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X 캡처
레자 팔라비는 1940년대부터 이란을 통치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 전 국왕의 장남이다. 이슬람 혁명 당시 그는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었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망명 생활을 이어왔다. 부친 사망 직후 한때 스스로 국왕임을 선언했지만, 이란 내 정치 세력을 결집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현재도 왕정 복귀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이란이 세속적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징적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시민들이 팔라비를 외치는 현상을 왕정복고에 대한 향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팔라비와 이란 내 조직적 기반이 약하고 왕정에 대한 반감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의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와 대비되는 상징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팔라비의 평판 상승은 군주제 복귀 욕망이 아니라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불만 확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국방민주재단(FDD) 역시 “이는 (왕정에 대한) 향수가 아닌 세속주의와 민족주의 강화 현상, 그리고 현 체제와의 대비로 인한 효과”라고 진단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한 시위자가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 도중 레자 팔라비의 사진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라비는 “조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며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 향후 이란 정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란 역사 전문가로 『이란 사람들이 원하는 것(What Iranians Want)』을 쓴 아라시 아지지는 CNN에 “레자 팔라비는 영향력을 키워 이란 야권의 선두 주자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분열을 일으키는 인물이지, 통합하는 인물이 될 수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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