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일 갈등 속…‘중의원 해산’ 승부수 띄우는 日 다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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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갈등 속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조기 해산’ 승부수를 띄웠다. 총리 권한으로 중의원(하원)을 해산한 후 총선거를 실시해 국회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11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2월 조기 총선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달 23일 국회 개원과 함께 바로 해산을 한 뒤 이르면 2월 8일 혹은 15일에 중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13~14일)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15일)을 마친 뒤 조기 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기 해산 보도가 확산하자 총무성은 전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 앞으로 공문을 돌려 “선거 준비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총선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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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일본유신화와 연립정권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 카드에 일본에선 ‘서프라이즈 해산’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 연두 회견에서까지 다카이치 총리가 “정책에 집중해야 해 해산을 염두에 둘 여유가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 9일이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일본유신회 대표는 이날 오전 NHK 방송에서 9일 관저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해산에 대해 “한 단계 스테이지가 달라졌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일본유신회와의 ‘불안한 연립’도 해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본유신회가 연립 조건으로 의원 수 감축을 내세운 반면, 자민당 내에선 반발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당내 기반과 연정(연립정권) 관계에 불안을 안고 있는 가운데 강한 경제 등을 내세워 선거에서 국민 심판을 받아 정책 실현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급작스런 해산 배경엔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일 일본에 대해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 물자’ 수출 중단을 명목으로 희토류 수출길을 사실상 막은 것이 결정적이란 얘기다. 실제로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약 60%에 달하는 일본으로선 경제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대학원 교수(정치학)는 “비축분을 감안하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가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 약 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경제가 상당히 나빠지는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지율이 높을 때 해산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중국의 희토류 보복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일본에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중국 희토류 금수 조치 때문에 국민 신임을 지금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한 일본’을 위한 일본판 CIA(중앙정보국)인 국가정보국 창설, 방위력 강화, 비핵3원칙 완화 등 ‘안보 카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희토류 금수 영향 속에서 향후 적극 재정 등 경제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적극 재정에 금리를 낮추는 쪽으로 가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엔화도 주저앉게 돼 지지율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며 “지지율이 점점 빠진다는 가정 하에 조기에 해산해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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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연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지통신·AFP=연합뉴스

조기 선거가 다카이치 총리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총리 지지율은 높지만 자민당 지지율은 30%대로 저조해서다.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소수여당’ 입장인 상황인 것도 문제다. 현재 중의원 의석(465석) 중 자민당 의석은 199석으로,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의 34석을 합쳐 과반수(233석)를 겨우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중의원 선거로 과반을 넘긴다 해도, 과반에서 6석이 부족한 참의원(상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고물가 대책을 중시했던 점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해산과 선거에 따라 고물가 대책 등에 대한 예산안 통과가 선거 후인 4월 이후로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시라토리 교수는 “고물가 대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선거에서 방위력 강화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등이 쟁점이 되거나 비핵 3원칙 재검토가 쟁점이 된다면 다카이치 정권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랜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 부재도 선거 부담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자민당은 그간 공명당과 공천 등 선거 공조를 해왔지만, 연립 이탈로 각 선거구에서 약 1~2만표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지통신은 “일본유신회와 자민당의 후보 조정 가능성도 높지 않아 약 60개 선거구에서 여당끼리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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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 해산이 한·일 정상회담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라토리 교수는 “중·일 갈등 속 한국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희토류 공급망 강화 등 현안을 한·일이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기 해산으로 중요 의제 논의보다 ‘셔틀외교’라는 형식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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