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유흥업소 일하다 마약상 됐다…두 아이 엄마의 처절한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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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트 플라워'의 한 장면.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된 나츠키(오른쪽, 기타가와 게이코)와 격투기 선수인 그의 파트너 타마에(모리타 미사토)의 이야기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엄청난 빚만 남긴 채 도망가 버린 남편. 여인은 모텔 청소, 유흥업소 접대부 등의 일을 하며 어린 두 자녀를 홀로 키운다. 하지만 고된 현실은 그의 어깨를 계속 짓누르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의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 우치다 에이지 감독 인터뷰
우연히 마약 밀매 현장을 목격한 여인은 돈을 벌기 위해 마약 판매라는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만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8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는 벼랑 끝에 내몰린 나츠키(기타가와 게이코), 그의 마약 판매를 돕는 격투기 선수 타마에(모리타 미사토)의 처절한 여성 연대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에게 마약을 산 여학생이 숨지면서 둘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를 연출한 우치다 에이지 감독.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각본과 연출을 맡은 우치다 에이지(55) 감독은 전작 '미드나잇 스완'(2023)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일본 성인물 산업의 속사정을 들춘 넷플릭스 시리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2019)로 글로벌 흥행을 누리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우치다 감독은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준 이 영화는 내 어머니에게 바치는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의 한 장면. 싱글맘 나츠키(기타가와 게이코)는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기타가와 게이코의 연기 변신이 돋보인다.
"주로 TV드라마, 광고에서 활약하는 스타 배우다.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해서 이번 역할을 제안했다. 마약 판매상 역이라 기대는 안했는데, 관심을 보여서 깜짝 놀랐다.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역할에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 폐기된 교자 도시락을 아이들에게 먹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을 찍을 때 스태프들도 함께 울었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기타가와의 섬세한 연기가 잘 드러났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의 한 장면. 격투기 선수 타마에(모리타 미사토)는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된 나츠키를 돕는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넷플릭스 시리즈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 유명 성인물 배우로 출연한 배우 모리타 미사토. 사진 넷플릭스
- 모리타 미사토를 어떻게 격투기 선수로 단련시켰나.
"그는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서 유명 성인물 배우를 연기해 주목 받았다. 연기 집중도가 굉장히 뛰어나다. 어릴 때 피겨 스케이팅을 해서 운동 신경이 좋을 거라 기대했는데, 아니었다(웃음). 하지만 반년 간 거의 매일 격투기 도장에서 연습하고, 체중도 7㎏ 늘리면서 우려를 감탄으로 바꿔 놓았다."
- 타마에는 나츠키의 파트너인 동시에 아이들에겐 아버지 같은 존재다.
"나츠키와 타마에는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연민 등 감정을 쌓아간다. 타마에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이성적인 관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 흐름에서 그에게 아버지 같은 역할을 부여했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의 한 장면.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된 나츠키(오른쪽, 기타가와 게이코)와 격투기 선수인 그의 파트너 타마에(모리타 미사토)의 이야기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나츠키는 일본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강인한 여성이자 엄마다.
"아버지가 주재원으로 일했던 브라질에서 태어났는데, 나를 키워준 어머니는 이혼한 싱글 맘이자 강인한 여성이었다. 어머니의 그런 면모가 영화 속 나츠키에 많이 녹아 있다. 이 영화는 어머니께 바치는 작품이다."
- 전작 '미드나잇 스완'에 이어 어두운 밤의 세계를 그린 이유는.
"'미드나잇 스완'은 트랜스젠더 삼촌(구사나기 쓰요시)과 부모에게 학대받은 조카의 이야기다. '나이트 플라워' 또한 사회에서 소외되고 냉대 받는 사람들을 그린다는 점에서 '밤의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 내몰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나이트 플라워'의 한 장면. 두 자녀를 먹여 살리기 위해 마약 판매상이 된 나츠키(왼쪽, 기타가와 게이코)와 격투기 선수인 그의 파트너 타마에(모리타 미사토)의 이야기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어둠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어릴 때 브라질 슬럼가의 범죄 아동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자라날까' '이들의 부모는 도대체 어디에 있나' 궁금해 했다. 11살 때 일본에 돌아와 집단 괴롭힘을 당하면서 고독감, 외부인의 시각에서 일본 사회를 보는 습관이 몸에 뱄다. 그러면서 음지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력에 관심을 갖게 됐다."
- 그런 성향이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도 반영된 건가.
"일본 성인물 산업의 제왕으로 불린 실존 인물을 영웅으로 그려야 한다는 다수 의견에 맞서, 성인물 산업의 음성적이고 부정적인 부분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코믹한 에피소드와 성인물 산업에 의해 상처 받은 이들의 사연을 적절히 섞을 수 있었다."
- '범죄도시'의 일본판 리메이크를 연출한다고 들었다.
"'범죄도시' 시리즈 중에서 2편을 가장 좋아한다. 빌런들이 강력하고 박력 있다는 게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양국 영화계의 협업이 늘어나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다. '범죄도시' 외에 여러 합작 기획을 진행 중인데, 요즘은 일본 프로듀서보다 한국 프로듀서를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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