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청래 지금 아니면 안된다 생각"…후폭풍 몰아친 '합…

본문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틀째 후폭풍에 휩싸였다.

이언주·황명선·강득구 등 반청(반정청래) 성향 민주당 최고위원 3인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 공식 사과하라”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충북 진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말로는 당원 주권을 말하지만, 당 대표 마음대로 당의 운명을 결정해 놓고 당원들에겐 O·X만 선택하라는 게 정청래식 당원 주권 정당의 모습이냐”며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다. 당 대표의 명백한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bt75beec0cc3adfb64ae0e336c6243245e.jpg

이언주, 황명선,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과 관련해 규탄 및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이어 정 대표를 향해 ▶공식 사과 ▶재발방지 대책 ▶합당 제안 전말의 진상 공개 등을 요구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의 교감설과 관련해선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이날 긴급 오찬 회동을 하고 합당 문제를 논의한 뒤 성명을 냈다. 더민초 소속 의원 28명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당 제안을 “독단적 졸속 합당 추진”이라고 규정했다. 정 대표를 향해선 “절차적 정당성 없는 독단적 합당 추진을 반대한다. 선거 승리라는 명분으로 당내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지 말라”며 “진심 어린 성찰과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합당 제안 시기에 대한 의문과 불만도 상당하다. 합당 제안 당일 코스피 5000을 처음 돌파했고, 하루 전 대통령 기자회견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징역 23년 선고 등 민주당 입장에서 호재성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코스피 5000 당일에 이런 일을 찬물 끼얹듯 터뜨리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청와대를 합당 이슈에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를 향한 비판이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친청(친정청래) 의원들은 “정 대표의 방향성 제시가 매우 적절했다”(이성윤 최고위원)거나 “지방선거 압승을 위한 양당 대표의 정치적 결단”(한민수 의원)이라고 하는 등 엄호에 나섰다. 방송인 김어준씨 역시 “아래로부터 중지를 모으려 하면 이해당사자들의 물러설 수 없는 전장이 되기 십상”이라며 옹호에 나섰다.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도 이날 합당 제안을 긍정 평가하는 글이 다수였다. 반면에 신(新)이재명계 지지층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선 비판론이 분출되는 등 온라인 공간의 지지층도 친청·반청으로 양분된 양상이다.

bte90f2c0a6059b08dbeaf7441335dcc4c.jpg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정 대표는 “여러 불가피성과 물리적 한계 등으로 사전에 충분히 공유해드리지 못한 부분은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 제안으로 놀라고 당황하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정 대표는 “합당은 꼭 가야 할 길이며, 언젠가 누군가는 테이프를 끊어야 하는 일”이라며 합당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먼저 제안하지 않고서는 지방선거 전 시간상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과할 각오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대표 연임을 위한 것이란 주장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당원의 이익으로 작동해야 한다. 전 당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가는 것이고, 부결되면 멈추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정 대표가 리더십 위기를 감수하면서까지 전격적으로 합당을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입당할 경우 정 대표와 조 대표는 옛 친문(친문재인)계 지지층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대표가 ‘통합 대표’라는 상징성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전리품을 얻어 연임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지방선거 이전에 합당을 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더 공고히 한 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더욱 키우려는 의도”(호남 중진)라는 것이다.

친명 우위 체제의 당내 저변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의원은 “혁신당은 민주당보다 선명성이 강하다. 이는 정 대표 입장에서 본인의 지지 기반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 통합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정 대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와의 경쟁 가능성에 대해선 “정 대표 입장에선 ‘조 대표에게 도움을 줬는데 곧바로 등을 지겠냐’는 생각을 할 것”(수도권 재선의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대표는 이날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합당 논의에 대해 “어제(22일) 제안이 있었고 양당 모두 공적 절차를 거쳐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논의를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라 결혼 이야기가 나올 단계는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65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