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수요 폭발해도 공급 못 따라가”…AI붐인데도 씁쓸한 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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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인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인텔이 지난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팔라는 곳은 많은데 팔 물건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인텔은 2025회계연도 기준 4분기 매출 137억달러(약 20조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0.1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기대치(매출 134억 달러, EPS 0.08달러)를 웃도는 성적이다. 그런데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제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인텔의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이날 인텔이 제시한 2026회계연도 1분기 매출 예상치는 117억~127억 달러(약 17조~18조원)으로 시장 기대치(126억 달러)를 밑돌았다. 회사가 1년간 올린 수익에 대한 주주 몫을 나타내는 지표인 EPS은 0달러(손익분기점)로, 시장이 기대한 5~8센트 수준보다 크게 낮았다. 이유는 생산능력이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붐이 일며 (데이터센터에 이어) 전통적인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수요까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1분기 공급량이 최저점을 찍은 뒤 2분기에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도 “수율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는 요동쳤다.

나스닥 시간 외 거래에서 인텔 주가는 11.15% 떨어져 48.26달러(약 7만원)까지 내려갔다. 경쟁사인 AMD의 주가가 8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5거래일 연속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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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AI 데이터센터. 로이터=연합뉴스

실적 발표 전날만 해도 인텔 주가는 11% 오르며 2022년 1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선 인텔 CPU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본다. 하지만 ‘공급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발표에 기대감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내년까지 성장세가 꾸준할 전망이다. AI 수요가 몰리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시장 매출 규모는 5516억 달러(약 810조원)으로 지난해(약 2344억 달러)의 두 배 수준을 넘을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메모리 시장 매출 규모를 8427억 달러(약 1238조원)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보다 53%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빅테크가 폭증하는 AI 연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집중적으로 짓고 있어서다. 초대형 컴퓨터가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AI 업계에 따르면 학습된 내용을 불러와 실시간으로 답변을 처리하는 AI 추론 서비스는 과거 AI 학습 때보다 두 배 많은 양의 메모리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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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하지만 인텔은 5년 여 전부터 수익성 문제로 메모리 반도체 대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확대에 집중해왔다. 미국 오하이오·애리조나 등에 건설 중인 대규모 첨단 공장은 모두 파운드리 서비스를 위한 시설이다. 중국 다롄에서 운영하던 메모리반도체 공장은 지난 2021년 말 SK하이닉스에 매각했다. 메모리 수요가 늘어도 이를 생산할 공장이 없다는 의미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으로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립부 탄 CEO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객사들이 14A(1.4나노급) 공정의 물량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14A 공정은 내년 말 시험 생산을 거쳐 2028년부터 본격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14A 공정으로 대형 고객사를 선점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하는 TSMC·삼성전자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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