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블랙아이스’와 ‘도로살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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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도로에 생기는 얇은 빙판, ‘블랙아이스(black ice)’. ‘검은 얼음’인 블랙아이스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1820년대다. 옥스퍼드영어사전(OED)에 따르면 1827년 영국 정치평론가이자 출판업자인 윌리엄 혼이 쓴 글에 나온다. 물론 그가 쓴 글에서 ‘블랙아이스’는 지금 같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았다. 깊은 호수나 강의 얼음이 물속 어두운 색 때문에 검게 보이는 현상을 가리켰다.
‘블랙아이스’가 현대적 의미로 확산된 건 20세기 중반부터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게 보편화되면서 도로의 얼음막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1961년께부터 주요 기상 용어로 정착됐다.
도로 위의 얼음막은 얇고 공기 방울도 거의 없이 투명하게 얼어붙는다. 그 얼음막 아래 검은색 아스팔트가 그대로 비친다. 그래서 도로의 얼음막에도 ‘블랙아이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전자 눈에는 도로가 살짝 젖은 것처럼만 보이는데, 위험성 때문에 ‘도로 위 암살자’라는 별칭도 생겼다.
영어 ‘블랙아이스’ 대신 쓰이는 우리말은 ‘도로살얼음’이다. 지난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2024년 신문 기사의 두 단어 사용 추이를 조사했다. 2021년까지는 ‘블랙아이스’가 더 쓰였지만, 2022년부터는 ‘도로살얼음’이 ‘블랙아이스’보다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도로살얼음’이 ‘블랙아이스’보다 쉽고 직관적이다. ‘블랙아이스’가 간접적이라면 ‘도로살얼음’은 직접적이다. 도로에 얇게 얼어붙은 얼음막이라는 의미를 ‘도로살얼음’은 곧바로 드러낸다. 도로가 미끄럽다는 위험 신호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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