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종묘 앞 고층 재개발 본격화에 국가유산청 반발…“전면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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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인근 재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종로구 종묘 외대문에서 바라본 세운4구역 일대. 뉴시스

서울 종로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려 하자 국가유산청이 강하게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유네스코의 공식 서한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현장 실사를 요청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26일 “종로구가 추진 중인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 통합 심의는 세계유산 종묘 보존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종로구는 최근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에 따라 통합 심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가유산청에 전달했다. 종로구는 지난해 10월 말 서울시가 해당 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5m로 상향 조정한 점을 근거로 국가유산청에 협의와 검토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종로구, 국가유산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수년간 심의와 협의를 거쳐 도출한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유산청은 현 단계에서 공사 진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운4구역 일대에서는 2022년 시굴 조사를 시작으로 약 2년간 발굴 조사가 진행됐다. 한울문화유산연구원과 한강문화유산연구원, 수도문물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구역을 나눠 조사한 결과, 조선시대 도로 체계와 배수로, 이문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다. 특히 세운상가 인접 지역에서는 마을 입구를 방어하던 이문 흔적도 발견됐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는 유구 보존 방안을 문화유산위원회에 제출했으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심의가 보류됐다. 국가유산청은 “보류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재심의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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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위쪽부터)와 국가유산청, MBC 'PD수첩'이 공개한 종묘에서 바라본 세운4구역 고층 건물 시뮬레이션 모습. 서울시 제공

국가유산청은 현재 상황을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매장유산 관련 법정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사례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종로구가 문화유산위원회 심의 결과를 충분히 반영한 최종 설계도서를 마련한 뒤 통합 심의를 진행하는 것이 절차상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공식 서한에 조속히 답변할 것을 촉구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3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종묘 앞 재정비 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라고 요청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유산영향평가 결과 제출과 공식 자문기구 검토 완료 전까지 사업 승인을 중단하라고 명시했다.

유네스코는 한 달 이내 회신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별도의 자료 제출이나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국가유산청의 설명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달 30일까지 서울시의 회신이 없을 경우 해당 내용을 세계유산센터에 공유하고, 종묘 앞 개발 사업에 대한 현장 실사를 즉각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종묘 앞 재개발을 둘러싼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1년 이내에 마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며 평가 이행을 재차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법적으로 유산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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