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50kg대인데 처방 가능?"…다이어트약 된 비만치료제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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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의 메디컬뷰
비대면 과다 처방, 불법 유통 초래
약물·운동 병행 통합 관리 모델 필요
출처: Gettyimagesbank
삭센다·위고비·마운자로. 이토록 대중의 관심을 받은 전문의약품이 또 있을까. 요즘 의료계 화두는 단연 GLP-1(Glucagon-Like Peptide-1) 계열의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드는 천연 식욕 억제 호르몬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혈당을 안정시키는 효과로 체중 감량을 돕는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비만 치료제 건보 적용 검토에 대한 언급 덕에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발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제약 시장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장악할 전망이다. 성분별 합산 매출이 터제파타이드(마운자로)는 450억 달러,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는 400억 달러가 예상된다. 글로벌 의약품(성분별) 매출 1,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우려스러운 건 국내 시장 상황이 다소 기이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상 체중이지만 위고비 맞고 효과 보신 분 있나요?” “50㎏대인데 마운자로 처방을 안 해주네요. 가능한 곳 아시는 분?” “정상 체중인 예신(예비신부)의 삭센다 감량 리얼 후기”. 기본적으로 비만 치료제는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하지만, 기적의 다이어트 보조제처럼 소비되는 게 현실이다.
비만은 방치하면 당뇨병이나 심뇌혈관 질환, 지방간,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하지만, 정작 치료 약은 공적 시스템 밖에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남가은(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이사) 교수는 “현재 비만 대사 수술을 제외하면 상담이나 교육, 약물치료 모두 비급여”라며 “GLP-1 계열 약제가 고가의 비급여 상태로 시장 논리에만 맡겨지다 보니 비대면 과다 처방, 불법 유통과 이로 인한 부작용, 공급 불균형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비만을 개인 의지가 아닌 식욕 조절 시스템이 고장 난 만성질환 관점에서 바라보고, 건강보험 급여화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핵심은 기준 설정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장 시급하고 효과가 큰 사람에게 먼저 배분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의학계에선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의 3단계 비만이거나 BMI 30~35의 2단계 비만에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동반 질환이 하나 이상 있는 경우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소아·청소년, 의료취약계층 등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비만은 약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약의 도움을 받아 살을 빼더라도 중단하면 빠른 속도로 다시 체중이 불어나는 반등이 더 문제다. 비만을 극복하려면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운동 요법을 병행하는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급여화 논의에서도 식사·운동 상담과 장기 추적 관리 체계에 대한 부분을 놓쳐선 안 된다. 남가은 교수는 “진단과 평가·치료·사후 관리·교육을 하나의 통합 관리 모델로 묶고, 일정 기간마다 치료 효과와 순응도를 평가해 급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성과 기반 구조를 도입한다면 재정 효율성과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이미 관련 정책이 순항 중이다. 영국은 고위험 비만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하면서 영양·운동 상담과 평가를 결합한 통합 관리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전문의 처방 ▶엄격한 적응증 ▶정기적인 재평가를 조건으로 한 통제된 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 불어온 비만 치료제 열풍이 잠시 유행하는 다이어트 수단에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져 국민 건강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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