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숙청된 중국군 2인자, 시진핑 측근과 수차례 군권 쟁탈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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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5월 장시성의 인민해방군 보병대학에서 시진핑(왼쪽)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장유샤(오른쪽)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생도들의 훈련 장면을 시찰하며 미소짓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 24일 중국군 2인자 장유샤(張又俠·76) 중국 중앙군사위원회(군사위) 부주석이 전격 숙청되면서 장 부주석이 시진핑(習近平·73)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이자 군 서열 5위였던 먀오화(苗華·71) 전 군사위원 겸 정치공작부 주임과 벌인 다섯 차례의 군권(軍權) 쟁탈전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11일 중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장에서 새로 선출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6명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이후 장유샤 부주석 세력과 먀오화(오른쪽) 세력의 충돌로 장성민(왼쪽)만 남기고 모두 숙청됐다. 로이터
장 부주석과 먀오 전 주임은 군 내 대표적인 홍이대(紅二代, 혁명원로의 자손)다. 장 부주석은 1950년 산시(陝西)성 웨이난(渭南)에서 개국 상장(대장) 장쭝쉰(張宗遜, 1908~1998)의 아들로 태어났다. 먀오 전 주임의 장인 예한린(葉漢林, 1923~2024)은 푸젠(福建)성에 주둔하는 31집단군(현 73집단군)의 정치위원을 역임했다.
시 주석은 집권 1기(2012~2017년) 동향인 산시방(陝西幇)의 좌장 장 부주석과 17년간 근무했던 정치적 고향 푸젠방(福建幇)의 먀오 전 주임을 활용해 군권을 장악했다.
김영옥 기자
장 부주석과 먀오 전 주임 간 갈등의 씨앗이 뿌려진 건 지난 2017년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다. 당대회 직전인 8월 먀오 전 주임은 해군 정치위원에서 군사위 정치공작부 주임으로 승진하며 전군의 인사와 이념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다. 반면 장비발전부장으로 무기체계 건설을 책임지던 장 부주석은 정치와 병참을 담당하는 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하며 먀오 전 주임의 직속 상관이 됐다. 군내 궈보슝·쉬차이허우 전 부주석, 장양 전 정치공작부 주임 등 구세력과 맞서며 힘을 합쳤던 두 사람이 상하관계로 만나게 된 것이다.
양측이 본격적으로 충돌한 건 지난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벌인 군사위 부주석 쟁탈전에서다. 1950년생으로 72세 동갑이던 쉬치량 부주석과 함께 은퇴할 것으로 예상했던 장 부주석은 군사위 부주석에 재선출됐을 뿐 아니라 지위도 제1부주석으로 올라섰다. 97년 15차 당 대회 이후 70세를 넘겨 정치국에 유임한 인물은 지금까지는 71세에 총서기에 재선된 장쩌민을 제외하고는 장 부주석이 유일하다. 먀오 전 주임은 장 부주석의 방해로 제2부주석 승진까지 가로막히자 영향력을 활용해 31집단군 정찰병 출신 허웨이둥을 제2부주석으로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두번째 격전은 2023년에 대리전 형태로 벌어졌다. 그해 3월 임명됐다 7개월만에 면직돼 최단기 국방부장으로 기록된 리상푸가 희생양이었다. 리상푸는 2017년 8월 장 부주석의 후임으로 장비발전부 주임에 오른 장유샤 사람이다. 먀오 전 주임은 지난 2017년 10월 이후 무기 장비 조달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행위에 대한 투서를 접수받겠다는 공고를 발표했다. 장 부주석은 배제하고 리상푸에게만 책임을 묻겠다는 먀오 전 주임의 경고를 장 부주석은 모욕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11월 28일 먀오 전 주임을 직접 노린 장 부주석의 반격이 불을 뿜었다. 먀오 전 주임이 기율 위반 혐의로 정직 상태에서 조사 중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다. 다만 인사 청탁과 금품 비리 등 증거에도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은 먀오에 대한 처벌을 망설였다. 국방부의 공식 수사 발표가 “직무 정지 후 조사(停職檢査)”에 그친 이유다. 이번 장유샤 숙청에서 사용한 “입건수사(立案審査)”에 비해 무게감이 약했다. 하지만 장 부주석 측은 집요했다. 먀오 전 주임 낙마 이듬해 3월 허웨이둥 부주석 등 장성 9명을 숙청했다. 먀오 전 주임과 허웨이둥이 몰락하면서 장 부주석은 시 주석을 제외하고 군 권력을 사실상 독점했다.
해를 넘겨 지난 일주일간 벌어진 최종 싸움에서 장 부주석과 먀오 전주임 세력은 동시에 몰락하는 모양새다. 중국 전문 유튜버 중규중구(中規中矩)는 27일 “장보다 14살 젊은 류전리(劉振立) 군사위원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함께 기소된 것은 관직으로 회유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장에게는 신뢰할 후계자가 필요했고 그는 결국 권력욕에 무너졌다(權欲熏心)”라고 진단했다.
지난 2024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마카오 주둔 사병을 사열하고 있다. 신화통신
장 부주석과 류 참모장 숙청 직후 중국군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정훈(整訓)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0기 4중전회에서 결정된 사안이지만 장 부주석이 그동안 본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장 부주석과 류 참모장의 최종 처벌 수위도 주목된다. 군사위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 25일자 1면 사설에서 장 부주석의 혐의를 7가지로 열거했다. “‘다섯 가지 엄중(五個嚴重·표)한 기율·법률을 위반했고, 전투력 건설을 파괴했으며, 당·국가·군대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밝히면서다. 지난해 10월 먀오 전 주임과 허웨이둥의 낙마 이유로 열거한 ‘네 가지 엄중’과 비교해 사용한 용어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특히 “군사위 그룹(班子·1인자 포함)의 이미지와 위신을 엄중하게 손상했다”는 조목이 가장 핵심 혐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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