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산 최초 부랑인 수용시설 ‘영화숙·재생원’ 피해자 184명 승소…511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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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숙재생원 피해자협의회는 28일 오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부산시의 배상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이은지 기자
부산 최초 부랑인 수용시설인 ‘영화숙·재생원’에서 강제노역과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겼다.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와 유족 등 185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에서 국가와 부산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185명 중 피해자의 자녀 1명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 청구가 기각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금액 총 712억원 중 511억원을 국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영화숙·재생원 사건이 국가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시의 위법한 부랑아 단속, 영화숙·재생원의 인권침해 행위 등 광범위한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일련의 국가 작용에 의한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와 시가 공동으로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고 측은 앞서 재판 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지난 뒤 소송이 제기됐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기본법에 따라 진실규명 결정이 지난해 2월 내려졌고, 원고들이 3년 이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선고 후 이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이 판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며 “국가는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고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이 사건은 그러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선 안 되겠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사람의 법관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법원의 사죄에 손 대표는 법정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65년 만에 국가로부터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물밖에 안 났다”며 “국가와 부산시가 이 판결에 승복하고 하루라도 빨리 구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재판 직후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시가 피해생존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 책임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0세 전후 어린 시절 경찰이나 아무런 권한도 없는 단속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폭행, 성폭력, 강제노역, 굶주림, 교육권 박탈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며 “피해 생존자 대부분 70세를 넘긴 고령자인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배상 책임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부산시 “배상액 50% 지자체 분담 요구 부당”
정부는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금을 먼저 지급한 후 부산시에 50% 분담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형제복지원과 덕성원 사건과 마찬가지로 영화숙·재생원 사건 역시 1970년대는 지방자치법 시행 이전으로 부산시는 국가가 위임한 사무를 행했을 뿐”이라며 “국가가 전국적으로 행한 일로 인해 발생한 배상금을 지자체에 일부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은 1심에서 종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사건을 두고는 항소·상고하지 않겠다는 법무부 지침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 8월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덕성원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 소송 사건에서도 국가 상소를 취하·포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가가 항소하지 않으면 부산시도 항소하지 않을 계획이다.
영화숙은 1951년 설립 당시 15세 미만 아이를 수용하다 1956년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자 ‘재생원’으로 확장했다. 이후 1976년 문을 닫을 때까지 ‘부랑아, 부랑자’로 규정된 사람들을 강제로 수용하고,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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