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범 몰기' 경쟁하더니…백악관·국토안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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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국경 지대에서 시민이 국경 단속 요원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달 들어 2명이 이민 단속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서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연방재난관리청(FEMA)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놈 장관은 단속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인 남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그가 요원들을 학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3일 만에 또 총격…이번엔 “인신매매 연루”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애리조나 남부 국경 지대 피마 카운티에서 미국인 패트릭 게리 슐레겔(34)이 국경순찰대(USBP)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미국 국경수비대원들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아마도와 아리바카 사이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현장에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보안관에 따르면 인신매매 수배범을 쫓던 요원들이 의심스러운 트럭을 세우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운전자 슐레겔이 차에서 내려 총격전을 벌이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요원들의 총에 맞았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슐레겔은 중태에 빠진 상태였다. 하지만 수술 후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신매매 용의자에 대한 추적 과정에서 발생한 총격에 대한 논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일과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미국인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가 단속 요원들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에 대한 거센 비판 속에 또다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며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 피마 카운티 보안관 크리스 나노스(왼쪽)가 27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투손 소재 피마 카운티 보안관청에서 국경 수비대 총격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암살 미수 동의하냐’ 묻자…“N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경제 관련 연설을 하기 위해 아이오와로 떠나는 길에 요원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프레티가 ‘암살 미수범’이라고 했던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일정에 참석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속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인 남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밀러 부비서실장의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EPA=연합뉴스
이어 “대규모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매우 명예롭고 정직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라고, (조사 결과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만 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프레티가 소지했던 권총 사진을 올리며 그를 ‘총격범(gunman)’이라고 규정했다. 단속 요원의 총격이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영상을 통해 프레티가 요원들을 공격하지 않았고, 총기를 압수당해 제압된 상태에서 10발 이상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자 입장을 바꿨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역시 사건 초기 이번 사건을 ‘국내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규정하며 거짓 주장의 발원지로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놈 장관과 2시간 정도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놈 장관의 경질설까지 제기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놈 장관의 경질 가능성에 대해 “그녀는 아주 잘하고 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설치된 고(故) 알렉스 프레티 임시 추모 장소 인근 창문에 총탄 구멍이 나 있다. AFP=연합뉴스
놈 장관 탄핵 추진…공화당 일부 가세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의 사건 발생 직후 발언을 갑자기 부정하고 나선 배경은 이번 사건이 자칫 11월 중간선거에서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놈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탄핵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해임 거부 시 탄핵 착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쉬운 방법(해임)으로 할 수 도 있고, 어려운 방법(탄핵)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해 3월 26일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위치한 테러리스트 수용 센터를 방문해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레티 사망 사건 이전인 지난 14일 이미 제출힌 놈 장관 탄핵결의안엔 민주당 하원 213명 중 160명 이상이 서명했다. 민주당 전원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공화당에서 3명만 이탈해도 탄핵안은 하원을 통과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탄핵까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상원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서다.
현재까지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을 비롯해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 등 일부 여당 의원이 놈 장관의 해임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알렉스 프레티 총격 사건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총격 사건 이후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을 해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슌 원내대표는 "그녀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임명된 자리"라고 답했다. EPA=연합뉴스
‘암살자 몰기’ 나서더니…책임 떠넘기기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프레티가 연방 요원들을 학살하려 했다는 당국 발표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백악관과 국토안보부, 세관국경보호국 등 관련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주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한 사람이다. AP=연합뉴스
악시오스에 따르면 프레타 사망 직후 세관국경보호국이 “프레티가 요원들에게 총을 겨눴다”는 초기 보고서를 작성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을 설계한 밀러 부비서실장을 이 보고서를 받은 직후 ‘프레티가 요원을 학살하려 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SNS에 사망한 프레티를 ‘암살자’로 지칭하는 글을 올렸다. JD밴스 부통령은 해당 글을 즉각 게시하며 이를 사실로 몰아갔다.
백악관의 ‘방침’이 정해진 뒤 기자회견장에 나선 놈 장관과 그레고리 보비노 국경순찰대장은 지침대로 “프레티가 요원을 학살하려 했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당국의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시민들의 영상이 공개되며 역풍이 거셌다. 놈 장관은 “내가 한 일은 대통령과 밀러의 지시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밀러 부비서실장은 초기 보고서를 만든 국경보호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반복된 ‘테러’ 몰아가기…총격 처벌 요원 ‘제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국토안보부의 대대적 불법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에게 총을 발사한 사례는 총 16번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시민 4명을 포함한 최소 10명이 실제 요원들의 총에 맞았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총을 발사한 요원들 가운데 형사 기소는 물론 징계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 27일 아이오와주 어번데일의 머신 셰드 레스토랑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WP는 이들 사건에서 일종의 반복된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속요원의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 당국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에 일단 “총격은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동시에 총격을 당한 사람을 중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패턴이다.
그러나 당국의 ‘테러리스트 몰아가기’ 과정을 거쳐 이뤄진 형사기소 사건 10건 가운데 4건은 정부 측 주장과 상반되는 증거가 나와 공소 취소 또는 공소 기각됐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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