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류의 미래는 AI와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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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홍콩에서 첫 방영된 한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부터 2021년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오징어게임″까지 한류의 흐름. 이정민 교수 발표자료

 한중 정상회담 이후 가장 뜨거운 화두는 ‘한한령’ 해제와 한류 콘텐트의 중국 진출 재개다. 2016년 이후 꼭 10년 동안 한국 콘텐트는 중국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도, 한국 문화의 상징이었던 한류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지난 28일 한중우호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전문가포럼을 열어 AI 시대 한국 콘텐트의 대(對)중국 전략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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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중우호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전문가포럼을 열어 AI 시대 한국 콘텐트의 對중국 전략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중국연구소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정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제 한류를 ‘한국에서 세계로 뿌리는 문화’로만 이해하면 미래를 놓치게 된다”며 “한류는 전 세계가 함께 만들고 함께 소비하는 보편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니메이션 3대 강국, 한국의 전략은 ‘새로움’

이 교수가 주목한 변화의 출발점은 웹툰이다. 그는 “웹툰은 단순한 디지털 만화가 아니라 한국이 콘텐트와 플랫폼을 동시에 설계해 전 세계에 확산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출판 기반의 일본 만화, 극장 중심의 미국 애니메이션과 달리 웹툰은 모바일·웹 환경에 최적화된 포맷으로 그야말로 혁신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미국·유럽·동남아에서 현지 작가를 웹툰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며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만화의 강국인 일본조차 한국 웹툰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웹툰은 인쇄와 영상의 중간 지대에 놓인 새로운 장르로 전 세계가 아직 완전히 따라오지 못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2007년 중국 항저우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이 교수는 인상적인 발표를 들었다. 중국 발표자가 ‘세계 애니메이션 3대 강국’으로 미국·일본·한국을 꼽은 것이다. 당시 중국은 제작 편수에서 이미 세계 최대였지만 글로벌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 발표에서 한국의 성공 전략을 한 글자로 ‘신(新)’이라고 표현했다. 규모의 미국, 효율의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돌파구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웹 애니메이션, 숏폼 기반 콘텐트, 그리고 ‘뽀로로’로 대표되는 미취학 아동 시장 개척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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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중우호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전문가포럼을 열어 AI 시대 한국 콘텐트의 對중국 전략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중국연구소

이 교수는 “뽀로로는 세계가 주목하지 않던 2~4세 시장을 선점했고 그 결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비워둔 세대를 한국이 장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는 이 연령대에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것을 "범죄에 가깝다"고 여겼다. 하지만 뽀로로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세계적 반향을 일으킨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예로 들며 “이 작품은 발신지와 수신지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은 한류의 다음 단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캐나다·미국·일본 자본과 한국계 창작자가 결합해 ‘전 세계가 함께 소비하고 싶어 하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는 한류를 더 이상 ‘한국’이라는 프레임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한중 협력의 해법은 문화·교육

이 교수 발제의 후반부는 AI로 향했다. 그는 AI 발전 단계를 ‘반려 지능–협업 지능–대행자–아바타’로 구분했다. 현재는 AI가 인간의 파트너로 기능하는 ‘협업 지능’ 단계에 진입했으며 곧 인간을 대신해 실행까지 담당하는 ‘대행자 AI’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는 2029년이면 AI가 인류 전체 지능보다 똑똑해지고 80억 인구의 4배에 달하는 약 320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돌아다닐 것이라고 전했다. 대행자와 아바타 단계에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교육의 역할이 여기서 강조된다. 미래 교육의 핵심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다중 자아와 AI 아바타 시대에 ‘내가 누구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중 콘텐트 협력의 현실적 해법도 문화와 교육에서 찾았다. 정치·산업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공동 인재 양성이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만 400개 이상 존재한다. 시장·투자·인력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다. 이 교수는 현재 캠퍼스 아시아를 중심으로 메타버스·AI 기반의 상시 교류형 국제 캠퍼스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는 “수직적 분업이 아니라, 수평적 동기화 협력이 한중 콘텐트 협력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교수의 발제에 이어 자리를 함께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질문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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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중우호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전문가포럼을 열어 AI 시대 한국 콘텐트의 對중국 전략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중국연구소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은 한중 양국이 공동인력 양성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 교수는 중국 애니메이션·문화 교육이 급속한 외형 성장과는 달리 심각한 구조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박사급 교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평균 30세 안팎의 젊은 강사들이 교수직을 맡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그는 중국 콘텐트 교육의 가장 큰 한계로 ‘자기검열’을 꼽았다. 중국 학생과 교수들은 사회·학교·국가 검열을 의식해 창작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겉보기엔 발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문화적 상상력이 갇혀 있다”며 문화·교육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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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한중우호협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전문가포럼을 열어 AI 시대 한국 콘텐트의 對중국 전략을 주제로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중국연구소

유재기 한국문화예술포럼 회장은 한한령 10년으로 중국시장에서 한국 콘텐트가 보이지 않는 데 앞으로 협력이 가능한지,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다시 중국에 진입할 수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 이 교수는 현실 인식을 전제로 하되 비관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한한령으로 문화 산업이 받은 타격은 매우 명확하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규제는 풀 수도 없는 상태”라는 중국 특유의 구조적 문제도 짚었다. 다만 그는 이를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방식 전환의 신호”로 해석했다. 대규모 흥행 산업이나 단기 수익형 협력은 당분간 어렵지만 AI·교육·미래형 기술을 매개로 한 장기 협력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폐쇄적 플랫폼 구조는 중국 내부 인재들에게도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한국이 ‘외부와 연결되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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