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李 '납기지연' 질책에…조달청, 서울지하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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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전동차 예비차량. 사진 서울교통공사
조달청이 최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최저가입찰방식으로 의뢰한 전동차 구매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찰방식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업계에선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다원시스의 무더기 납기지연을 질책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원시스가 따낸 계약은 모두 최저가입찰 방식이었다.
30일 서울교통공사(서교공)에 따르면 서교공은 지난해 12월 19일에 서울지하철 6·7호선의 노후전동차 교체를 위해 376칸의 신규전동차 구매사업을 조달청에 의뢰했다. 서교공이 요청한 입찰방식은 '2단계 경쟁(규격·기술 및 가격분리 동시입찰)’으로 흔히 최저가입찰로 불린다.
1단계로 품질, 보유기술 및 지식, 신용평가등급, 납품지연 여부 등에 대한 기술평가에서 85점 이상을 받아 통과한 업체 중에서 2단계로 입찰가격을 확인해 최저 금액을 쓴 곳을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서교공은 전동차 구매 때 이 방식을 줄곧 유지해 왔다.

그런데 조달청에서 최근 입찰방식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변경하는 걸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서교공에 보냈다. 서교공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측 전동차 입찰에서 조달청이 입찰방식 변경을 요청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철웅 조달청 대변인은 “협상에 의한 계약을 통해 좀 더 기술력 있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철도차량 납품지연 논란이 있었던 부분도 함께 고려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12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다원시스의 무더기 납품 지연을 거론하며 “발주를 받아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열차 납품 지연사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협상에 의한 계약은 업체가 제출한 기술·가격제안서를 함께 평가해 높은 점수를 얻은 순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협상이 마무리되면 낙찰자로 확정하는 방식이다.
최저가 입찰에선 기술평가가 통과와 탈락 여부만 따지는 절차지만 협상에 의한 계약에선 기술평가점수와 가격점수를 모두 합산해 따진다. 코레일의 경우 기술평가를 80%, 가격은 20%를 반영한다.
그동안 서교공과 코레일 등 철도운영사들은 두 방식 중에 대부분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해 왔다. 무엇보다 열차 구매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커서다. 우진산전, 다원시스 등 중소 철도차량업체들이 전동차 입찰을 상당수 따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서교공은 난처한 입장이다. 서교공 차량총괄팀의 황봉득 부장은 “납기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1차 평가 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계약 뒤에도 단계별로 공정관리를 꼼꼼히 하는 내용 등을 추가해서 최저가입찰을 요청한 건데 이를 변경하라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지하철 3호선에 투입한 신조 전동차. 다원시스가 지연 납품한 전동차다. 사진 서울교통공사
서교공은 서울시와 해당 사안을 논의 중이며, 조달청과도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입찰방식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바꾸면 열차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해당 방식이 기술력과 자본력 등에서 앞선 대기업에 유리하기 때문에 현대차 계열의 현대로템이 입찰 대부분을 독식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서교공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다른 철도운영기관들이 시행한 협상에 의한 계약 3건 모두 현대로템이 따냈다.
사실 열차 입찰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져 왔다. 최저가입찰을 두고선 1단계 평가로는 기술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변별력이 없는 데다 2단계에선 낮은 가격만 보기 때문에 과도한 저가 경쟁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많다. 이로 인한 품질저하와 납기지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반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바꾸면 현실적으로 현대로템이 거의 모든 입찰을 독식하게 돼 사실상 경쟁이 없는 독점 시대로 회귀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중소업체로서는 기술평가에서 뒤진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훨씬 더 낮은 가격을 써내는 수밖에 없어 경영이 더 어려워질 거란 얘기도 나온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차세대 SRT ‘EMU-320’ 초도 편성 출고식 모습. 철도업계에선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고속철은 협상에 의한 계약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뉴스1
이 때문에 철도운영사들 사이에선 한가지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속열차나 신기술을 적용하는 열차 구매 때는 협상에 의한 계약을 ▶전동차나 일반차량처럼 표준화돼있고 기술력 차이가 적은 분야는 최저가입찰을 적용하되 평가기준과 공정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철도운영사들이 자체적으로 입찰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 한 철도운영사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선 대통령실은 물론 국토부와 조달청의 정책방향을 정확히 확인해야만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입찰방식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노후차량 교체 시기도 지연되고, 이로 인해 기존 노후차량의 유지·보수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자칫 사고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선 국토부와 조달청 등 중앙부처에서 철도 차량 입찰 방식에 대한 명확하고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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