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다주택자…“세입자 내보내는데 3000만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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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부동산 시장과의 전면전을 선포했지만, 시장은 ‘문재인 정부 시즌2’가 시작됐다는 냉소적 반응이다.

현장에선 이 대통령의 엄포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예상만큼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집을 팔고 싶어도 세입자부터 내보내야 한다”며 “세입자도 대출 규제로 오갈 데가 없고, 결국 이사 비용과 전세 만기 전 나가는 데 대한 사례비 명목으로 3000만원을 집주인이 부담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다가구주택을 가진 60대 이모씨도 “한 채에 몇 억원 하는 빌라를 팔아도 손에 쥐는 게 없다”며 “다주택자도 다주택자 나름이지 모두 투기꾼 취급하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는 “집값 오르는 게 세금 부담보다 나을 수 있어 아직은 눈치 보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대출 규제, 토허제 등 각종 수요 억제책에 이어 세제 카드까지 나왔지만 정부에서 기대한 효과는 아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세금으로 집값 안 잡겠다더니 취임 1년도 안 돼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했던 부동산 대책과 유사하게 가고 있다”며 “이미 ‘학습 효과’가 있어 시장에 대책이 잘 먹히지 않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양도소득세 중과 전에 외곽 지역은 다주택자 매물이 꽤 나올 것”이라면서도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 안정 대신 전월세 시장이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가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내놓은 1·29 대책도 당장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알짜 입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 과천 경마장 등을 두고 서울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반발하는 데다 착공 시기도 빨라야 2~4년 뒤라서다.

공급 대책이 나온 후인 지난 주말에도 노원구 상계동의 중개업소는 집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곳 중개업소 사장은 “당장 공급 부족에 집값 상승을 예상한 신혼부부, 젊은 층이 계속 집을 사러 온다”며 “1년 새 집값도 24평이 6억원대로 1억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서울·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2.14%), 서울 동작구(1.69%), 경기 광명시(1.52%), 서울 관악구(1.48%) 등 중저가 지역에서 오름 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한국부동산원).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지나친 수요 억제와 다주택자 때려잡기가 아니라,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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