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더 짙어진 중남미 ‘블루타이드’…범죄 소탕·친트럼프 먹혔다

본문

bt7cfb9c305327c793cca645fd5c1d95d5.jpg

지난 1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대선에서 승리한 국민주권당(PPSO) 소속 라우라 페르난데스 후보가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코스타리카 대선에서 우파 국민주권당(PPSO)이 승리하며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중남미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흐름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로 누적된 피로감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대선 개표가 마무리된 코스타리카에서 집권 여당 국민주권당 소속 라우라 페르난데스(39) 후보가 승리했다. 오는 5월 8일 취임하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강력한 치안 정책과 미국과의 관계 강화 등을 내세운 우파 성향이다. 그는 “마약 밀매 관련 강력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역설하며 유권자 지지를 이끌어냈다.

코스타리카는 오랫동안 ‘중남미의 스위스’로 불릴 만큼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된 국가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 마약 밀매와 조직범죄가 확산하며 민심이 크게 흔들렸다. 앞서 지난해 대선을 치른 온두라스,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에서도 우파 또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했다.

bt2513059b97ed061f93e60a4a28ffe07c.jpg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열린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회담 중 연설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치안 문제를 내세워 표심을 공략하는 것은 중남미 우파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좌파 정부 집권 기간 방치된 마약 관련 범죄와 그로 인한 경제난에 대중이 큰 피로감을 가지고 있어서다. 지난 몇 년간 강력 범죄가 급증한 칠레가 대표적으로 강경 보수 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현 당선인)는 반(反)이민, 공권력 강화 등을 앞세워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페루·볼리비아와 접하는 북부 국경 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는 등 강력한 이민자 단속 계획과 우범 지역 군 투입 공약이 큰 호응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도 우파 정당의 세력 확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정간섭 논란에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동시에 관세와 이민·마약 등으로 중남미 국가를 압박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btb77e6a977a6dfdf86dfe21015c720a3f.jpg

지난달 27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취임식 후, 나스리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오른쪽)이 무대에서 손짓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가 지지하거나 트럼프를 벤치마킹한 후보가 지난해부터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임기를 시작한 나스리 아스푸라 온두라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신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두라스 대선 직전 “난 온두라스 국민이 아스푸라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를 바란다”며 아스푸라 패배 시 미국의 재정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볼리비아 대선에서는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후보(현 대통령)가 유세 기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인사를 만나는 등 친(親)트럼프 행보로 이득을 봤다. 그는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2008년 미국 대사 추방 이후 악화된 미국과의 관계 복원에 힘썼다. 그간 볼리비아를 통치해온 좌파 정부의 친러·친중 기조에서 벗어나 노선을 다각화하겠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4월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중도우파 성향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미국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대선 유세 도중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미 일정을 잡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성 체제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 특히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세력이 중남미 전역에서 승리했다”고 짚었다.

bt500913fcbfd635c8eac0cc092ec7692b.jpg

김영옥 기자

중남미에선 1998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개국에서 반미·좌파 정부가 득세하며 '핑크타이드(좌파 집권)' 시대가 시작됐다. 2010대 중반 원자재 호황이 꺼지고 경제 위기가 덮쳐 그 흐름이 한 차례 꺾였지만, 2018년 이후 멕시코·브라질 등 주요국에서 좌파 정부가 재집권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선을 치른 국가들에서 우파 또는 중도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하며 상황이 반전돼 '블루타이드'가 짙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 코스타리카도 ‘블루타이드’…대선서 30대 우파 여성후보 페르난데스 승리

  • ‘칠레 트럼프’ 대선 낙승…중남미 블루타이드 더 짙어진다

  • 온두라스 대선, 트럼프가 지지한 우파 후보 선두…식지 않는 남미 ‘블루타이드’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9,30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