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년간 900개 줄어든 은행 점포, 이젠 함부로 폐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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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전국 은행 점포수가 14%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해 오는 3월부터 대책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뉴스1
전북 김제시에 사는 신모(76)씨는 한 달에 한 번 다니는 교회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약 4㎞ 떨어진 은행에 간다. 걸어서는 50분 가까이 가야 하는 거리다. 자녀들이 보내준 생활비 일부를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지인에게 돈을 입금해야 할 때 매번 반복하는 일이다. 신씨는 “기계(현금입출금기)나 핸드폰으로 돈을 빼고 보내는 건 어려워 은행으로 간다”고 말했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은행 점포수는 1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5523개로, 2020년 9월(6427개)보다 904개 줄었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고 은행권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1㎢당 은행 수, 서울은 4.23개…시·도 대부분 2개 미만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지방 간 점포 수 차이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당 은행 점포 수는 전국 평균 1.25개였는데, 서울의 경우 4.23개에 달하는 반면 시·도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부 2개 미만이었다.
은행까지 이동 거리도 지역별 격차가 컸다. 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점포 밀도 상위 10% 지역은 은행을 가는 데 평균 134m를 이동하는 데 비해, 하위 10% 지역선 평균 4.8㎞를 움직여야 해야 했다. 충북 제천시, 전남 신안군, 경북 김천시·문경시·청송군·봉화군, 강원 횡성군·양구군 등은 평균 25㎞ 이상 가야 은행이 나왔다. 최대 27㎞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다. 걸어서는 대여섯 시간, 차로도 30~4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금융위는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 지역은 인구 대비 점포 밀집도가 전국 평균을 하회해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주는데 임대료·인건비 부담…온라인뱅킹 비중 84.6%
은행은 현금 사용률과 대면 창구를 찾는 고객 감소에 맞춰 점포를 줄이고 있다. 은행 어플리캐이션(앱),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진 만큼, 임대료·인건비 부담이 큰 지점을 줄여나가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서비스 채널별 입·출금거래 처리 비중’을 살펴보면, 은행 창구를 찾은 경우는 3.9%에 그친 반면 인터넷뱅킹은 84.6%에 달했다.
실제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년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를 보면, 만 20~64세 금융소비자 5000명 중 ‘최근 6개월 내 은행 영업점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1%에 그쳤다. 2022년 37.9% 이후 매년 감소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건물을 빌리고 인력을 배치하는 게 경영 측면에선 비효율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금융의 공공성이란 특징을 고려하면 경영 효율 측면만 고려해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도서·산간이나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서 금융 소외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2024년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 오프라인 점포 감소 문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멀어진다”며 “은행 업무를 (우체국 등)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건 서비스 동질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디지털 금융거래 확대로 은행 점포가 줄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청·장년층보다 고령층에서 금융 소외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금융위는 다음 달부터 ‘은행 점포 폐쇄 대응방안’을 시행한다. 이날 ‘금융소비자 현장 메신저’ 간담회도 열었다. ‘금융소비자 현장메신저’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전달받아 금융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정근영 디자이너
당국, 폐쇄 기준 강화…대체 수단도 늘려
당국은 우선 영업점 폐쇄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반경 1㎞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할 경우 폐쇄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예외 사례로 인정했다. 이 경우 대체 수단 마련 등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의무가 사라진다. 그 결과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 중 폐쇄된 점포(314개) 중 203개(65%)가 인근 점포와 합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경우에도 사전 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수렴 등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은행 점포 폐쇄 시 전통시장뿐 아니라 관공서 등에도 은행 공동 ATM기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정책을 4일 발표했다. 뉴스1
점포를 대체할 수단도 늘린다. 당국은 고령층보다는 온라인뱅킹 이용이 익숙한 청·장년층이 많은 도시에선 화상 상담이 가능한 현금입출금기(ITM), 무인 은행 창구 기기(STM) 등을 두 대 이상 보유한 ‘디지털 점포’도 대체 수단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폐쇄한 점포가 있던 근처에 복지관·주민센터 등에 이동 점포를 마련하고, 점포 폐쇄 시 휴대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이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도록 한다. 이외에 전통시장뿐 아니라 관공서 등에도 은행 공동 현금입출금기(ATM)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국은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비도심 지역 점포 폐쇄에 대한 감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 내 자금 공급, 중소기업·서민대출 지원, 금융 인프라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지역경제 성장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기준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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