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외국인 대출 중단' 통보…"생명줄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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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3월부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 중소기업청(SBA)의 대출 대상을 시민권자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미국 한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MAGA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2023년 7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트럼프가 유세할 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한인 사회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 대출 제한을 시작으로 점차 주택 모기지 등 모든 금융 서비스에서 영주권자를 포함한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100% 미국인 기업에만 SBA 대출”
미국 중소기업청(SBA)는 지난 2일(현지시간) ‘7(a) 대출 프로그램’의 대상을 “미국 시민 또는 국적자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주 거주지가 미국 내에 있어야 한다”고 고친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투표권이 없는 영주권자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다.

미국 중소기업청(SBA)는 지난 2일(현지시간) ‘7(a) 대출 프로그램’의 대상을 “미국 시민 또는 국적자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주 거주지가 미국 내에 있어야 한다”로 고친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투표권이 없는 영주권자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 내 신용 기록이 많지 않거나 경제 활동 이력이 없이 자영업이나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 및 소상공인들에게 75~85%의 정부 보증을 지원해 은행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영주권자들이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사실상 은행권 대출이 막힐 가능성이 있다.
매기 클레먼스 SBA 대변인은 “3월부터 외국 국적자 소유 기업에 대출보증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시민을 위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전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SBA 대출 한도를 상향하는 법안까지 통과되면 (미국인에게) 더 많은 자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중소기업청(SBA) 켈리 로플러 청장이 지난해 10월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공화당) 및 공화당 하원 지도부 의원들과 함께 미국 의회에서 정부 셧다운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 중소기업위원회 간사(매사추세츠), 니디아 벨라스케스 하원 중기위 간사(뉴욕)는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성실하게 일하는 합법적 이민자들의 사업 확장을 돕는 대신 영주권 소지자를 배제하는 증오를 선택했다”며 “이는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날을 세웠다.
“SBA는 한인의 ‘생명줄’…충격적 통보”
스티브 강 LA 한인회 이사장은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SBA 대출은 지금까지 한인 상권을 지탱해온 ‘생명줄(life line)’과 같은 제도”라며 “내 부모도 SBA 대출로 사업을 시작했고 대부분의 한인들이 이 제도를 통해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강 LA 한인회 이사장이 지난해 6월 LA한인회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LA=강태화 특파원
강 이사장은 이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LA 지역의 한인 소상공인 40~50% 정도는 영주권자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SBA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기존 사업자들은 사업 확장이 어려워지고, 사업을 시작하려는 상당수 한인들은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인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고금리의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며 “행정명령 형태로 일방 통보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한인회 차원에서 연방 하원의원실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11일(현지시간) 오후 10시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지난 6일 LA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이후 코리아타운에 시위대가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흑인폭동' 당시 한인들이 방어선을 쳤던 '가주메켓'의 모습. LA=강태화 특파원
실제 현지 은행 관계자는 본지에 “경영 이력이 없는 신규 사업자의 경우 SBA 보증이 없으면 사실상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높은 다운페이(자기 부담금)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SBA 발표 직후부터 고객들에게 ‘2월 내 대출을 완료하는 편이 낫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계 은행에 영향…“한인 경제 연쇄 타격 우려”
SBA의 대출을 시민권자에게만 한정한다는 일방 통보는 한인 소상공인은 물론 이들과 거래해 온 한국계 은행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가 SBA의 2025 회계연도(2024 10월~2025년 9월) 대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역에서 SBA 대출을 취급한 1421개 은행 중 한국계 은행 다수가 상위권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4일(현지시간) 미국 중소기업청(SBA)의 2025 회계연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계 은행 상당수가 SBA 대출 기준 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3월부터 시민권자에게만 SBA 대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중앙일보가 4일(현지시간) 미국 중소기업청(SBA)의 2025 회계연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계 은행 상당수가 SBA 대출 기준 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3월부터 시민권자에게만 SBA 대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여기엔 캘리포니아에 본점을 둔 뱅크오브호프가 3억 613만 달러의 SBA 대출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미국 은행 가운데 22위의 실적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US메트로(25위), 오픈뱅크(33위), 한미은행(40위), PCB(46위), CBB(55위) 등 주요 한국계 은행들이 포함돼 있다.
한국계 은행들이 한국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SBA 대출을 주요 영업 대상으로 삼고 있고, 동시에 해당 대출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히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이번 조치로 영업 대상의 대부분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자칫 한인 사회를 떠받치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자금 흐름을 봉쇄하면서 한인 커뮤니티 전체의 연쇄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SBA는 시작…전체 금융 봉쇄 가능성”
한인 사회는 더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영주권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을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SBA 대출에서 끝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촬영한 미국 LA한인회 사무실 인근 코리아 타운에 위치한 한국 식당. LA=강태화 특파원
미국에서 SBA 대출 취급 라이센스가 있는 14개 기관 중 하나인 센터스톤 SBA렌딩의 라이언 킴 부사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권에서는 SBA에서 이민자를 배제한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며 “SBA를 시작으로 일반 부동산 모기지를 포함한 모든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시민권자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발표 이전부터 통상 1~2일이 정도 걸리던 영주권자에 대한 SBA 자격 확인 절차가 길어지거나 사실상 무기한에 가깝게 지연돼왔다”며 “일각에선 이를 셧다운(일시적 정부 정지)의 영향으로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영주권자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였음이 확인됐고, 이는 다른 금융 분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를 구입할 때만 대출이자를 전액 세액공제하겠다”며 금융 분야에서 외국 회사에 대한 일방적인 차별 조항을 공약했고, 미 재무부는 조만간 세제혜택 대상이 되는 미국산 자동차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월 13일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 공장을 방문해 포드의 CEO 짐 팰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버지니아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을 운영하는 한 교민은 “만약 외국인에 대해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도 차별 조치를 시행할 경우 부동산 과열이 일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인들의 생존권과 미국내 경제 타격과는 별개로 선거를 위해 오로지 투표권이 있는 시민들만을 생각한다면 모든 금융에서 외국인을 배제하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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