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심광물 전쟁’ 본격화…美 ‘우대무역지대’ 띄워 中 견제, 日·인도 ‘자립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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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앞줄 왼쪽부터 세 번째)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도중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을 고리로 새로운 무역 블록 결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핵심광물 자원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핵심광물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바탕으로 자원 무기화에 나서자 미국은 동맹국과 우호국을 묶는 무역 블록으로 맞서고, 일본·인도 등 주요 각국은 자국 내 생산과 공급망 자립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 구상을 공식화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광물에 얼마나 의존하는지를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계획된 핵심광물 프로젝트들이 어느날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공급 때문에 중단되고 무산된다”며 “미사일 방어 체계부터 에너지 인프라, 첨단 제조업, 신기술 등을 뒷받침하는 핵심 공급망이 어느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핵심광물 시장에서 압도적인 장악력을 토대로 수출통제 조치 등 무기화하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 말로 풀이됐다.
밴스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 제안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핵심광물 시장을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안한다”면서 “강제 가능한 가격 하한선을 통해 외부 교란으로부터 보호하는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라고 말했다. 이 제안은 핵심광물의 채굴·정제·가공 등 생산단계별로 공정 기준가격을 책정하되 회원국에는 최저 가격을 보장하며 중국 등 외부에서 공급하는 값싼 핵심광물에는 일정한 관세를 부과해 대항력을 키우는 동시에 시장 변동성을 줄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모두 같은 팀이다.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며 “(블록) 참여국에는 그 국가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핵심광물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다”고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비오 “포지 이니셔티브…55개 국가 참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후 별도 기자회견에서 밴스 부통령 구상을 ‘포지(Forge) 이니셔티브’라 부르며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하는 55개 파트너 국가가 참여했고, 이미 다수가 (협정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본·호주 등이 미국과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주도적 역할을 약속했다. 오는 6월까지 의장국도 수임한다. 한국은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만든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서 의장국을 맡아 왔는데, ‘포지 이니셔티브’로 재출범한 뒤 첫 의장국이 되는 셈이다. 이날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의장국으로서 회원국 간 협력 확대와 실질 협력 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한국이 MSP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현 “협력사업 발굴 등 적극 추진”
한국은 그간 공급망 문제의 당사자로서 핵심광물 다변화를 위한 협력체 활동에서 선도국가로 참여해 왔다. 특히 최근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 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구상에 적극 참여하는 건 통상 갈등이 동맹의 현안으로 부각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이를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USTR)와도 별도로 면담했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그리어 대표를 만나지 못한 채 전날 귀국했다. 조 장관은 그리어 대표에게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대미투자특별법의 적극적 추진 의지를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뒷줄 오른쪽부터 아홉 번째)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조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도 만나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양 측은 우라늄 농축·재처리 분야 및 핵추진잠수함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 진전을 조속히 만들어 나갈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한 실무 차원에서의 본격적인 협의를 조속히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양국 원전 기업 간 활발한 협력을 평가하고, 제3국 공동진출 등 민간 원자력 협력이 활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 및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수세에 몰렸던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일에는 120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 자금을 투입해 핵심광물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민·관 합동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볼트’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핵심광물부터 반도체, 인공지능(AI) 인프라 등을 공동의 전략 자산으로 묶는 경제안보 협의체 ‘팍스 실리카’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신재민 기자

김영옥 기자
日, 해저진흙 시굴…인도 ‘희토류 회랑’ 조성
미국이 동맹 중심의 블록화를 추진하는 사이 주요국들은 기술력과 자원 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자립을 꾀하고 있다. 일본은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지난 2일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수심 약 5700m 해저 진흙 시굴에 처음 성공했다.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채굴 실험에 나서 하루 350톤의 진흙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해당 해역에는 약 680만톤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일본의 연간 소비량(약 2만톤)을 수백 년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일본 언론은 “희토류 국산화를 위한 큰 걸음”으로 평가했다.
대만도 첨단산업 방어 차원에서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섰다. 대만 국책연구기관 공업기술연구원(ITRI)은 희토류 추출을 위한 생산기술 자체 연구개발과 시험생산 공정을 마치고 양산 라인 구축에 들어간 상태다. 향후 3년 내 자국 내 희토류 수요의 50% 이상을 자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 역시 희토류를 국가 제조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고 핵심광물 자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오디샤 등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4개 주를 잇는 ‘희토류 회랑’을 조성해 채굴부터 가공·연구·제조까지 전 주기를 육성·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는 이미 희토류 가공용 자본재 수입 관세 면제와 세제 혜택을 도입했고, 728억 루피(약 1조18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도 가동 중이다. 인도 정부는 이를 통해 중국 의존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조의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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