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러 ‘핵군축 조약’ 멈춘다…제한 없는 핵군비 경쟁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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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일 기념 퍼레이드에서 러시아 토폴-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붉은 광장을 가로지르며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과 미국 간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ㆍ신전략무기감축조약)’ 만료를 하루 앞둔 4일 “우리는 더는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구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다음 조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가정한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조약)’가 5일(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5일 0시, 한국시간 5일 오전 9시) 공식 만료되면서 제한 없는 핵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약 연장이나 이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에 대한 논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군축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러의 셈법 차이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뉴스타트는 2011년 발효된 이후 미·러 양국의 핵무기 숫자를 제한해 온 핵군축 체제의 마지막 보루다.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제한하고, 3대 핵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를 총 700기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약 만료를 앞두고 후속 협상 테이블은 마련되지 못했고, 시한이 지나면서 양국은 핵무기 증강을 제약하는 법적 구속력에서 벗어나게 됐다.
美 “中 빠진 핵군축 합의 무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빠진 핵군축 합의는 이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1세기 진정한 군비 통제는 중국의 방대하고 급속히 증가하는 핵 비축량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미·러 간 양자 협정을 넘어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핵군축 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협정이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다. 아마 두세 나라가 더 관여될 수도 있다”고 말해 중국을 포함한 다자 핵군축 협상 구상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상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려진 러시아 전통 인형 마르료시카 인형이 놓여있다. EPA=연합뉴스
中 “中-美 핵무기 수준 같지 않아”
하지만 중국은 3자 핵군축 논의에 부정적이다. 자국의 핵전력이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는 이유에서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중국과 미국의 핵무기 수준은 전혀 같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 중국에 (핵군축) 협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뉴스타트 만료를 미국 탓으로 돌리며 유감을 표했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뉴스타트에 명시된 핵무기 제한을 1년간 자발적으로 이행할 것을 미국에 공개 제안했지만 미국의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게 러시아 주장이다.
러 “이제 어떠한 의무에 구속 안돼”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뉴스타트 시한 만료를 확인하며 “우리는 더는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구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다음 조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가정한다.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인 추가 위협에 맞서 단호한 군사기술 조처를 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뉴스타트 만료를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정상이 연쇄적으로 통화를 해 후속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통화를 하고 양국 관계와 대만 문제, 글로벌 현안 등을 논의했다. 미·중 정상의 통화는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두 달여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길고 상세한 통화”라고 평가했다.

美-中 통화…트럼프 “모두 매우 긍정적”
그는 통화 이후 “무역, 군사, 내가 무척 고대하는 중국 방문을 위한 4월 출장, 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현 상황, 중국의 미국 석유·가스 구매, 중국의 추가 농산물 구매 검토, 항공기 엔진 공급과 수많은 다른 주제 등 중요한 주제들이 논의됐다. 모두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군사’ 의제가 뉴스타트 만료와 핵군축 문제를 포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시 주석과의 대화 후 언급하지 않았던 ‘대만’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도 주목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통화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를 반드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中-러 통화…뉴스타트 종료 상황 논의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회담을 갖고 뉴스타트 종료 문제 등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화상회담에서 뉴스타트 종료 상황을 논의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전반적인 안보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임을 강조했다. 전략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협상 방법을 찾는 데 계속 열려 있다”고 전했다.
미·러 간 핵군축은 1972년 탄도미사일 발사대 수를 동결하는 내용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1)을 시작으로 1991년 전략 미사일 보유 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2011년 뉴스타트로 이어져 왔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지난해 10월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총 1만2241개의 핵탄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중 약 90%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기준 약 6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미 국방부는 중국의 핵탄두 수가 2030년 1000기, 2035년에는 1500기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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