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루비오 “韓관련 美분위기 좋지 않아”…조현 “통상합의 이행 의지 확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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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한ㆍ미 관계가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통상 공약 이행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돌연 한국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으로 원상복구하겠다고 위협한 뒤 한ㆍ미 양국 간 통상 분야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루비오 장관이 (양자 회담을 가진) 지난 3일 통상ㆍ투자 분야는 본인 소관이 아니지만 (한국의) 통상 합의 이행 지연으로 인한 부정적 기류가 한ㆍ미 관계 전반에 확산하지 않도록 외교 당국 간에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황을 잘 관리하자고 얘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루비오 “통상합의 이행 지연으로 부정적 기류”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루비오 장관이 조 장관과의 회담에서 ‘우리가 좋은 얘기를 해 나가야 하는데 분명히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했다”며 “두 장관 간 약 40분의 회담은 매우 화기애애하고 솔직하고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조현 “일부러 법안 처리 늦추는 것 아냐”
조 장관은 미 행정부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루비오 장관 발언에 한국 정부의 통상 합의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일부러 법안(대미투자 특별법) 처리 속도를 늦추거나 그런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통상 합의의 신속한 이행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내부 동향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루비오 장관에게 “원자력ㆍ핵추진잠수함(핵잠)ㆍ조선 등 세 가지 핵심 합의 사안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미국 내 관계 부처들을 독려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이 양국 간 안보 분야 논의에 영향을 미쳐 후속 협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위 실장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무너진 여파가 핵잠,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안보 분야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금쯤 (미국 안보 협상팀이) 한국에 와 협의를 하고 있어야 할 때인데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루비오 장관과 한ㆍ미 양국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ㆍ안정이라는 한ㆍ미 공동의 목표를 견지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물꼬를 트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대북 이슈 관련 며칠 내 진전 예상”
북한 이슈와 관련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며칠 내로 새로운 진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창한 것은 아니고 (관계 진전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성의 차원 같은 것”이라며 “북ㆍ미 대화까지는 아니다.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겠다는) 북한 입장이 확고하다”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미국이 핵심광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띄우는 무역 블록 ‘포지 이니셔티브’ 출범 행사를 계기로 만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관세 합의 이행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관세 재인상의 파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이 (대미) 전략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美, 韓에 “비관세 장벽 진전된 입장 보여야”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회담에서도 미 정치권 등에서 문제 삼고 있는 ‘쿠팡 사태’를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쿠팡’이란 말을 쓰진 않았지만 암시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다”며 “다만 쿠팡 건은 외교 사안이라기보다 특정 기업이 미국에서 로비를 해서 빚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쿠팡이 이번 관세 재인상 엄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이 문제 삼는 통상 이슈는 비관세 장벽”이라고도 했다.
미 워싱턴 조야에서는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회의 광범위한 조사를 자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비관세 디지털 분야 장벽’으로 규정하며 문제 삼고 있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가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고 오는 23일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미 하원의 쿠팡 청문회를 두고 “이 역시 쿠팡 측이 (의회에) 얘기를 했고 그러니까 미 의회가 이런 방식으로 다루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현 “우라늄 농축ㆍ재처리, 핵잠 진전 공감대”
조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과는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핵잠 협력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을 만들자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과의 회담에서는 핵잠 및 전시작전권 전환 등 한ㆍ미 간 주요 현안에서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조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ㆍ미가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는 어렵게 도달한 합의인 만큼 충실하게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한ㆍ미 양국의 뜻이 같다는 점을 이번 방미에 재확인했다”면서 “관세 현안이 불거져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지만 외교 당국 간에 긴밀히 소통하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안보 분야 합의 사안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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