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계엄령까지 검토한 ‘에너지난’ 쿠바 "트럼프와 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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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AP=연합뉴스
쿠바가 미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경제 제재에 더해 베네수엘라산 석유 공급이 끊기며 심각해진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압박이 있는 상황에선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미국과의 논의는) 전제 조건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그리고 쿠바의 조건을 존중하는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정전이 반복되고 연료 부족이 악화되는 가운데, 쿠바 국영 석유회사인 CUPET 소속 유류 운반 차량이 주유소에 연료를 재공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것이다. 쿠바는 현재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석유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난이 심각하다. 쿠바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해 왔다. 대부분은 베네수엘라산 석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위축된 데다, 지난달 3일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한 후엔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쿠바의 에너지난은 국가 존망을 다툴 정도다. 쿠바 정부는 연료 배급제 등 비상 계획에 더해 내부적으로 계엄령 선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방위원회가 (에너지난에 맞는) 국방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계엄령 전환을 발표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봉쇄는) 대중교통, 병원, 학교, 경제, 관광 등 사회 전반에 총체적인 비상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며 “창의적인 저항과 노력, 모두의 재능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현재 미국은 석유 공급 문제를 통해 쿠바를 압박하는 동시에 쿠바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는 ‘강온 양면 전술’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쿠바의 석유난을 언급하며 “쿠바는 무너질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미 국무부가 쿠바에 600만 달러(약 88억원)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지원금까지 합하면 미국이 쿠바에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는 총 900만 달러(약 132억원)에 달한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이 같은 행태를 “미국의 두 얼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쿠바 국민) 수백만 명의 기본적인 경제적 여건을 박탈하는 가혹한 강압 조처를 하면서 소수에게 수프와 통조림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남미 국가 중 쿠바의 ‘좌파 동맹’으로 꼽히는 멕시코는 미국의 제재를 피해 쿠바에 석유 등 에너지를 우회 지원하는 방법을 고심 중이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지난달 중순 원유 및 정제유 제품의 쿠바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미국이 “쿠바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극심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쿠바에 석유를 공급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따른 조치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멕시코 고위 관계자들은 쿠바를 지원하면서도 미국의 보복 조치는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멕시코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밝힌 관세 위협의 범위에 대해 명확히 파악하는 한편, 미국 측 관계자들과 최근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멕시코가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대화 중”이라며 “멕시코는 관세 부과를 원하지 않지만, 쿠바를 돕겠다는 의지 또한 확고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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