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어떻게 이런 사람 추천하나" 불쾌…명·청 갈등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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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이동하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 대표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2차 종합 특별검사 후보 추천에 불쾌감을 드러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명(이재명)·청(정청래)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의 전준철 변호사 추천 보고를 받은 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추천할 수 있느냐” “순수한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에 임명했다. 민주당 추천 인사 대신 혁신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간 당내 갈등에 거리를 뒀던 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전 변호사는 2023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 변호를 맡았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별도로 진행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재판에서 이 대통령을 사건 배후로 지목했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전 변호사는) 이재명 죽이기에 동조했던 검찰 출신 법조인”(박홍근 의원)이란 반응이 나온 이유다.
민주당에선 친명·친청 간 전선이 뚜렷하게 그어졌다.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건태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특검을 추천할 때 보통 법사위와 상의하는데 전혀 소통이 없었다”며 지도부 해명을 요구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 대표는 결국 간접적으로 사과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당의 인사 검증 실패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쌍방울 관련 내용은 원내에서 인지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추천자인 이 최고위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사과에도 ‘특검 임명 논란’은 당 전체를 뒤흔들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이슈부터 정 대표와 날을 세워 온 ‘반청계’ 최고위원들은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시도”(이언주) “최고위원인 저도 몰랐는데 어떻게 ‘당·정·청’ 원팀인가”(강득구) “최고위·법사위 패싱 사유를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황명선)고 했다. 물밑에선 “대통령하고 한판 붙겠다는 선언” “정 대표가 직접 머리를 수십번 조아려도 부족하다”(친명 초선의원)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
‘명·청 갈등’ 이슈는 특검 임명 이전부터 누적됐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시 정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대통령이 흔쾌히 ‘당에서 주도적으로 수정·변경토록 하라’고 했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는데, 이게 역으로 친명계의 역린을 건드렸다. 한 친명계 의원은 “본인 살겠다고 대통령을 전쟁터로 밀어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했고,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구체적 사안마다 자꾸 대통령이 무슨 지령을 내린 것처럼 책임을 떠민다”고 했다.
본질적으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친명계 일각에선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해 옛 친문(친문재인)계를 규합해 독자 세력을 형성한 뒤,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을 노릴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언주 최고위원)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지방 선거기획단장인 황희 의원이 지난달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대표가 지난 6일 지방선거 전략공천관리위원장에 3선의 황희 의원을 임명한 뒤 이런 의구심은 더 커졌다. 황 의원은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친문 인사’다. 정 대표가 이진련 전 대구시의원을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하려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 전 시의원이 2022년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 몸담았다. 한 친명계 의원은 “당원주권주의는 구호일 뿐, 실상은 친문 부활과 정 대표 본인의 입지 강화라는 걸 전준철 논란을 겪으며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면전으로 치닫는 당내 갈등에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검사 인선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정치적 해석이나 의미 부여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의 범죄를 수사기관에 털어놓는 데 변호인으로서 관여한 것이 왜 특검의 결격 사유가 되어야 하느냐”며 “‘김성태의 변호인을 어떻게 특검으로 추천할 수 있느냐’는 논란 자체가 우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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