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오메가의 올림픽 타임키핑 100년, 기술 혁신과 스포츠 공정성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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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스위스의 파인 워치 브랜드 오메가는 참가 선수 이상으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 기록 측정을 위한 타임키퍼로 활약 중인 이유에서다.
이러한 오메가의 올림픽 공식 타임키핑 역사는 6년 뒤면 100년을 맞는다. 다시 말해 올림픽이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기까지 오메가가 모든 변화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계 스포츠의 포뮬러 1으로 불리는 ‘모노밥’ 경기 장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사진 오메가
첫 공식 타임키퍼로 활동한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스포츠 경기 측정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 이전까지 올림픽 경기에서 시간 기록은 경기 결과를 정리하는 보조 수단에 가까웠다. 여러 명의 심판이 각자 스톱워치를 들고 시간을 잰 뒤 평균값을 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출발과 결승 판정 역시 인간의 눈과 귀에 의존해 반응 시간에 따른 오차를 피하기 어려웠다. 종목이나 경기마다 서로 다른 기준과 장비를 사용한 것도 문제였다. 기록의 신뢰성을 놓고 잡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1932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 대회 장면. 사진 오메가
대회마다 등장하는 새 기술
오메가는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위해 30개의 스톱워치를 준비했다. 각 시계는 스위스 뇌샤텔 천문대에서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크로노미터는 스위스 독립 기관의 엄격한 정밀도 시험을 통과해 정확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시계를 의미한다. 해당 스톱워치는 십분의 일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상태에서 중간 구간의 기록을 별도로 측정할 수 있는 스플릿 세컨드(더블 크로노그래프) 기능도 갖췄다.
크로노미터 인증으로 정확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오메가의 스톱워치(1932년). 1/10초까지 측정할 수 있었고, 스플릿 세컨드 기능도 갖췄다. 사진 오메가
이 대회는 대공황 한가운데 열린 탓에 선수 참가율이 1904년 이후 가장 저조했지만, 경기 기록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인식한 첫 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대회 기술 책임자였던 윌리엄 M. 헨리는 “오메가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는 이 대회의 성공을 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메가는 4년 뒤 열린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도 타임키퍼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오메가가 동계올림픽 최초의 공식 타임키퍼로 활약한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대회. 사진 오메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광전지 셀. 결승선 통과와 동시에 시계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진 오메가
이후 오메가의 올림픽 역사는 스포츠 계측 기술의 진화사와 맞물려 전개된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는 ‘광전지 셀’이 처음 사용됐다. 결승선 통과 순간 시계를 자동으로 멈추는 이 장치는 천 분의 일초까지 측정할 수 있었다.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 경기 결과를 판단하던 시대가 막을 내린 셈이다. 같은 해 런던에서 열린 하계올림픽에서는 ‘포토피니시 카메라’를 도입했다. 육상 경기처럼 결승선 도착 순위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치다. 1956년 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오메가는 알파인 스키 종목에 ‘출발 게이트’를 처음 도입했다. 선수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오메가가 제작한 쿼츠 레코더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 출발 장면. 사진 오메가
TV 중계, 기술 진화 가속화 이끌어
진화의 속도는 1960~70년대를 거치며 더욱 빨라졌다. 광전지 셀과 포토피니시 카메라의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 수영에선 ‘터치패드’ 시스템이 도입됐다(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
1960년 로마 하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텔레비전 중계가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경기 정보를 전달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오메가는 “업무량이 늘어나 4년 전 대회에 대비 3배 이상의 타임키퍼를 고용해야 했다”고 전했다.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경기 기록을 중첩 표시하는 장치 ‘오메가스코프’. 1964년 인스부르크 대회에서 처음 도입됐다. 사진 오메가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에선 오메가스코프가 등장했다. 경기 기록을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중첩 표시하는 기술로, 경기장 밖 관중도 실시간으로 경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실시간 스포츠 중계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시기다.
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5000m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스코어보드에 오메가 로고가 표시돼 있다. 사진 오메가
기록 측정 넘어 통합 정보 제공
이후에도 기술 진화는 이어졌다. 언론과 미디어, 일반 대중에게 선수 정보와 성적, 심층 통계를 제공하는 ‘통합 타이밍’ 시스템이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에서 도입됐다. 알파인 스키 경기에서 결승선 통과 즉시 순위를 계산해 표시하는 ‘게임-오-매틱’ 기술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였다. 오메가가 개발한 장비는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고 순위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수영의 터치패드나 육상의 스타트 블록 센서처럼 규칙과 경기 양식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담당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발표한 ‘게임-오-매틱’. 알파인 스키 경기에서 결승선 통과와 동시에 실시간 순위 표시를 가능하게 했다. 사진 오메가
오메가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1/1000초 단위까지 디지털 측정이 가능한 포토피니시 카메라 ‘스캔오비전’을 도입했다. 사진 오메가
오메가는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발목에서 무선 신호를 송수신하는 ‘특수 트랜스폰더(2006년, 토리노)’, 심판의 휘슬 소리를 인식해 즉각 시계를 멈추는 ‘휘슬 감지 시스템(2014년, 소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도입된 ‘전자식 출발 총’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모션 센서'와 '위치 추적 시스템' 개발로 올림픽 경기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알파인 스키의 실시간 속도나 스키 점프의 도약 높이 등 선수의 경기 과정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인공지능을 결합한 컴퓨터 비전 기술은 이런 변화의 폭을 더욱 넓혔다.
현재 오메가의 모션 센서 및 위치 추적 시스템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더욱 진화했다. 사진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장면. 사진 오메가
2014년에는 아이스하키의 휘슬 감지 시스템을 비롯한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했다. 심판이 착용한 이 시스템의 마이크를 통해 타이밍 벤치의 기록원과 소통 가능했다. 사진 오메가
이제 시선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으로 향한다. 한 세기에 가까운 올림픽 타임키핑의 경험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한다. 1932년 이후 기술은 숨 가쁘게 진화해왔지만, 오메가가 올림픽 현장에서 지켜온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시간은 단순히 경기 결과를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대회의 의미를 규정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증명하는 기준이라는 점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에 설치된 포토피니시 카메라. 사진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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