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20년 전 비극과 같아”…'도가니'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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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벌어진 성적 학대 사건은 2005년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과 유사하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와 동명의 영화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장애인 성폭력 관련 처벌 규정과 제도 등이 개선됐는데도 장기간 장애인을 성적 학대한 사건이 20여년 만에 또 벌어진 것이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광주 인화학교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색동원 사건을 두고 “장애인들이 겪는 비극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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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인화학교 대책위가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용목 목사 제공

“광주 인화학교와 인천 색동원 본질 같다”

광주 인화학교 대책위 상임대표였던 김용목(63) 목사는 8일 “장소가 광주냐 인천이냐, 가해자가 시설장이냐 교장이냐, 피해자가 청각장애인이냐 발달장애인이냐만 다를 뿐 인화학교와 색동원 사건의 본질은 같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2005년부터 가해자 엄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광주 인화학교에서는 교직원들로부터 성폭행 등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3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가인권위 등에서 확인한 피해자는 9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장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2009년 투병 중 사망했고, 교직원들도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김 목사는 “인화학교 법인에는 친·인척 관계인 사람들이 많았고, 피해 학생 대부분이 무연고자여서 내부고발이 어려운 구조였다”며 “색동원 역시 피해자 중 대부분이 무연고자이고, 시설장의 지인 위주로 꾸려진 이사회와 지인 혹은 친척들로 이뤄진 직원 구성 등으로 인해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 때문에 피해자 수와 범행 기간이 늘어났을 것이다. 점검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건을 다룬 소설 도가니와 동명의 영화가 흥행한 후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수사당국은 뒤늦게 재수사를 벌였고, 주범이었던 행정실장은 사건이 알려진 지 8년 만인 2013년 징역 8년이 확정됐다. 국회는 장애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 공소시효를 없애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일명 도가니법)을 통과시켰다. 장애인시설 종사자 교육은 강화됐고, 각 시설을 수시로 점검하는 인권지킴이단도 도입됐다. 그러나 사건 이후 20여년 만에 장애인들을 상대로 한 성적 학대는 또다시 반복됐다.

김 목사는 “이제는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학대를 막기 위해 이들이 폐쇄적인 공간에서 나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주민들이 장애인들을 차별 없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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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도가니법) 통과됐다, 중앙포토

“피해자 2차 가해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인화학교 피해자들을 지원했던 김정희(51) 변호사는 색동원 사건 수사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대해 “지난한 시간이 예상된다”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화학교 사건 당시 장애인들의 피해 진술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쟁점이 됐다. 진술에 일관성이 없거나 과장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피고인을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김 변호사는 “피해 장애인들의 진술이 모순된다거나 기억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주장이 계속됐다. 색동원 사건 재판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이들이 목격한 장면과 장기간 본 피해는 머릿속에 남을 수밖에 없다. 관련된 연구도 20년 전보다 많이 진행됐으니 수사기관이 이러한 자료를 충분히 활용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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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심층 조사 결과 공개와 피의자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변민철 기자

김 변호사는 끝으로 인화학교 사건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자 2차 가해를 언급하며 색동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긴 재판을 하다 보면 피해자들을 의심하는 눈초리와 합의를 종용하는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며 “수사당국과 재판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을 향한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이야말로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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