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70년대 미국으로 반출된 조선 후기 문집 책판 3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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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유학자와 항일 의병장의 문집 책판이 미국으로 건너간 지 50여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척암선생문집'·'송자대전'·'번암집' 책판 3점을 기증받았다고 9일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나무판에 글씨를 뒤집어 새긴 나무 판이다. 사진은 기증받은 조선 후기 문집 책판. 사진 국가유산청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들이 기념품으로 구입해 가져갔던 조선 후기 주요 문집 책판(冊板) 총 3점이 소장자들에 의해 기증돼 돌아온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척암선생문집』 책판, 송자대전 책판, 번암집 책판 각 1점을 미국인과 재미동포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책판은 서적을 간행하기 위해 나무판에 글씨를 뒤집어 새긴 나무 판이다.
이 가운데 『척암선생문집』 책판(1917년 판각)은 을미의병(1895) 당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김도화(1825~1912) 선생의 문집 책판 1점이다. 당초 1000여 점이 있었으나 현재 수십점이 파악되고 있다. 1970년대 초 미국 연방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 한국지부에서 일했던 앨런 고든(1933∼2011)이 한국의 골동품상으로부터 사들인 뒤 미국으로 가져갔다. 2011년 고든 사망 후 부인이 보관하다 지난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혔고, 협의를 거쳐 재단 미국사무소로 넘어오게 됐다.
미국에서 기증받은 '척암선생문집' 책판. 사진 국가유산청
『송자대전』 책판(1926년 판각)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1607~1689)의 문집과 연보 등을 모아 만든 것으로, 1787년 첫 간행됐다. 1907년 일본군에 의해 책판이 전량 소실됐다가 1926년 송시열의 후손과 유림들이 복각했고 현재 1만1023점이 남아 있다. 고든은 한국 근무 당시 1점을 구입해 미국의 여동생 앨리시아 고든에게 선물했는데 이번에 『척암선생문집』과 함께 반환됐다.
미국에서 기증받은 '송자대전' 책판.사진 국가유산청
『번암집』 책판(1824년 판각)은 조선 후기 문신관료이자 영조와 정조시기 국정을 함께 이끈 핵심인물이었던 번암 채제공(1720~1799)의 문집 책판으로 전체 1159점 가운데 358점만 현존하고 있다. 이 책판 역시 1970년대 초 한국에서 근무했던 한 미국인이 한국 골동상으로부터 구입한 뒤 미국으로 가져가 재미동포 김은혜씨(미국 버지니아주 거주) 가족에게 선물한 것인데, 이번에 재단 미국사무소 측 기증 제안에 김씨가 흔쾌히 응하며 돌아오게 됐다.
미국에서 기증받은 '번암집' 책판. 사진 국가유산청
앞서 한국에선 305개 문중과 서원 등에서 기탁한 718종 6만4226장의 책판이 ‘한국의 유교책판’으로 묶여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여기엔 유학자들의 문집 583종, 성리서 52종, 족보·연보 32종, 예학서 19종, 역사서 18종, 훈몽서 7종, 지리지(지도) 3종, 기타 4종이 포함됐다. 이번에 기증받은 「번암집」과 「척암선생문집」은 문집 583종에 속하는 것과 같은 유물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환수와 관련해 “당시 국내에서 도난 혹은 분실된 책판들 중 일부가 기념품으로 둔갑한 뒤 외국인들에게 판매되어 해외로 반출된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1970년대 문화유산 국외 반출의 실태와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비슷한 사례가 더 없는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국가유산청은 이날 워싱턴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에 '대한민국 최초 대사관'임을 알리는 기념 동판을 설치한다. 주미대사관 영사부 건물은 대한민국 정부가 1949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대사관을 설치한 곳이다. 국가유산청이 나라밖 문화유산에 기념 동판을 부착하는 건 2021년 주미대한제국공사관, 2023년 주영대한제국공사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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