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말마다 노가다 뛰었다"…'올림픽 4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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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대회전 시상식에서 큰 절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08

“1년 중 300일을 훈련하는 선수가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하겠어요. 주말마다 했던 일은 건설 현장 일용직이죠….”

신장 1m82㎝·체중 88㎏의 탄탄한 체구,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강인한 얼굴.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베테랑 스노보더가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한국 스노보드계의 맏형 김상겸(37).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1호 메달의 주인공인 김상겸의 눈물은 우리에게 ‘올림픽 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상겸을 경기가 끝난 뒤 만났다. 이날 금메달은 ‘디펜딩 챔피언’ 벤야민 카를(40·오스트리아)에게 돌아갔지만, 현장의 각국 관계자들은 김상겸에게도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설원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김상겸이 마침내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메달을 수확하자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쉽게 김상겸의 손을 놓아주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김상겸은 2011년 동계유니버시아드 우승으로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다. 이어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 개근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무대의 벽은 높았다. 소치와 베이징에선 예선 탈락, 평창에선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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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동계 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패럴렐 자이언트 슬라롬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김상겸 선수(왼쪽)가 금메달을 획득한 오스트리아의 벤자민 카를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2026년 2월 8일 일요일,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촬영) (AP 사진/린지 와슨) South Korea's Kim Sang-kyum, left, winner of the silver medal, hugs Austria's Benjamin Karl, winner of the gold medal in the men's snowboarding parallel giant slalom finals at the 2026 Winter Olympics, in Livigno, Italy, Sunday, Feb. 8, 2026. (AP Photo/Lindsey Wasson)

그런 김상겸이 통산 네 번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으니. 스노보드계가 이를 경사로 맞이할 이유는 충분했다. 김상겸은 “이번이 네 번째이다 보니까 올해만큼은 꼭 메달을 가져가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을 펼칠 수 있는 날만을 기다렸는데 그날이 오늘이 됐다”고 기뻐했다. 이어 “사실 결승전을 앞두고 슬로프 위에서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일단 경기는 해야 하니까 꾹 참았다. 대신 일부러 소리를 지르면서 감정을 추스렸다. 시상대에선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이 떠올라 큰절을 올렸다”고 했다.

결국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뜨린 김상겸. 지난날 힘겨웠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눈치였다. 꿈 많았던 20대 시절, 스노보드는 계속 타고 싶었지만 소속팀도 없어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스노보드는 주요 대회가 유럽이나 북미에서 열려 항공비와 체류비 등이 매번 수백만원씩 든다. 훈련비 역시 적지 않다.

운동 말고는 할 줄 아는 일이 많지 않던 청년이 택한 곳은 일용직 노동 현장이었다. 김상겸은 “1년 중 300일은 훈련해야 한다. 결국 주말 밖에는 시간이 없어 (정기적으로) 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면서 “결국 했던 일이 ‘노가다’였다. 아파트든 공장이든 인력사무소에서 가라는 대로 가서 일하고 왔다. 몸도 마음도 힘들었지만, 보드를 계속 탈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김상겸의 눈물샘을 자극한 또 하나의 단어는 ‘가족’이다.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해준 부모님과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는 아내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감정이 북받친 듯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선천적으로 천식을 앓자 처음에는 육상을 권유했고, 중학교 때부터는 스노보드를 마음껏 탈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23년 혼인한 배우자 박한솔씨는 해외 일정이 많은 남편을 마음으로 챙기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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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대회전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20260208

김상겸은 “부모님 단어만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사실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셨다. 그럴 때마다 내가 괜히 ‘그럴 거면 왜 운동을 시키셨느냐’며 강하게 이야기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지 않다고 하던가. 아들이 그동안 제대로 효도도 하지 못했는데 이 메달을 들고 가 꼭 안겨드리겠다”고 웃었다. 이어 “오늘 경기 내내 운이 따르기는 했다. 그러나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은 아내와의 결혼이다. 아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올림픽에만 서너 번, 많게는 그 이상도 출전한 선수는 즐비하다. 그러나 김상겸처럼 단 한 차례도 메달을 따지 못하다가 네 번째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경우는 많지 않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다시금 일깨운 김상겸은 “아직 끝이 아니다. 몸이 따라주는 한 계속 보드를 타고 싶다. 올림픽에도 두 번 정도 더 나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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