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데스노트'에 한동훈·배현진·고성국…정적제거 칼 전락한 윤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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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을 시작으로 친한계 배현진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그리고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까지. 최근 2주 사이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을 당했거나 징계 대상이 된 인물들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장동혁 대표와 한 전 대표 갈등이 당 윤리위를 통한 물고 물리는 숙청의 정치로 번지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보다는 끝장 대결만 남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윤리위 징계로 인한 당 내홍은 이날도 고스란히 표출됐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엔 이날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효력 발생에 관한 내용이 보고됐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김 전 최고위원 징계안이 최고위 보고 사항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에 이어 김 전 최고위원의 당적까지 박탈된 것이다.

중앙윤리위는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유’ 처분을 의결했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장 대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겨냥한 공개 발언이 ‘품위유지 의무 및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상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대상자가 10일 동안 자진 탈당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 처분이 이뤄진다는 게 최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장동혁 지도부와 윤민우 윤리위원장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에서 조만간 가처분이든 본안소송이든 제기할 생각”이라고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 전 대표 제명을 주장하며 친한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고성국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도 속도가 붙었다. 친한계 핵심 배현진 의원이 시당위원장으로서 이끌고 있는 서울시당의 윤리위원회가 고씨에게 이튿날 출석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앞서 친한계 의원 10명은 “전두환·노태우·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어야 한다”는 고씨의 발언에 대해 ‘품위 위반’이라며 징계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고 씨는 9일 “징계 사유를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배 의원이 최근 임명한 서울시당 윤리위원장은 친한계 김경진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한 전 대표 제명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장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현직 원외 당협위원장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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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연합뉴스

윤리위 징계 문제를 둘러싼 당권파와 친한계의 대립은 확산일로다.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배현진 의원이 장 대표를 찾아가 따지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배 의원은 이날 장 대표에게 “중앙윤리위원회가 서울시당을 흔드는데 대표의 뜻이 무엇인가”, “선거 이기자고 그동안 했던 고언이 불편하셨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 대표는 별다른 대답 없이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옮겼다. 배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런 갈등 상황과 무리수를 두는 게 맞는 건지, 대표의 의중을 알기 위해 찾아간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 역시 한 전 대표의 제명을 반대하는 성명문 작성을 주도하며 여론을 왜곡했다는 취지로 중앙윤리위에 제소된 상태다. 중앙윤리위는 지난 6일 배 의원에 대한 징계 착수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리위가 계파 간 정적 제거 수단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권파는 장 대표가 임명한 윤민우 위원장의 중앙윤리위를 통해, 친한계는 김경진 위원장이 맡은 서울시당 윤리위를 통해 각각 보복적 성격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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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윤리위는 과거 민심과 이반되는 해당 행위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징계를 심사하는 기능을 담당해왔다. 2019년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표현한 김순례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3개월을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위법적 행동을 했거나 국민적 질타를 받는 사건에 대해서 징계를 하는 게 윤리위 역할이었지, 당내 갈등에 개입한 사례는 드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입당 이후 국민의힘 윤리위는 정치적 논란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2022년 7월 이준석 당시 대표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내렸고, 이를 계기로 이준석 지도부는 붕괴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국면과 비슷하게 윤리위가 당파의 싸움터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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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토크콘서트에서 지지자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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