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서 가장 아찔한 ‘롤러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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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변동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격렬하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 오른 5298.04에 마감했다. 지난주 말 뉴욕 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올랐고,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달 들어 하루걸러 급락세와 급등세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6일에는 장중 한때 4900선이 무너졌는데, 이틀 새 400포인트 이상 급등락한 것이다. 지난주 닷새 동안 매수·매도 사이드카(일시 효력 정지)도 세 차례 발동됐다.
중앙일보가 세계 주요국 증시의 일간 평균 변동성(일간 등락률의 표준편차)을 따져본 결과, 이달 2~6일 코스피의 일간 변동성은 4.8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높았던 일본 닛케이(2.26%)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상하이종합 1.48% ▶미국 다우존스30 1.39% ▶대만 가권 1.36% ▶미국 S&P500 1.29% ▶홍콩 항셍 1.08% 등은 1%대였다. 선진국 시장보다 진폭이 크다고 평가받는 신흥국조차 한국보다 낮았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같은 기간 일간 변동성은 2.76%였다.
김영옥 기자
널뛰는 증시에 공포 심리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47.16으로 한 달 만에 38% 급등했다. 지난 6일엔 51.48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추락했던 2020년 이후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다. 통상 40을 넘어서면, 급격한 주가 변동 가능성이 있는 ‘공포 구간’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제기될 때마다 외국인이 대거 매도하고, 개인은 대규모 매수에 나서는 ‘단타’(단기 투자)가 반복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코스피 시가총액 40%가 쏠려있는 상황에서 반도체주가 AI 거품론에 쉽게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이 길어질 경우 코스피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 5조640억원, SK하이닉스 4조7269억원 등 두 종목에서만 약 10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날도 5~6% 급등세를 보였다. AI 거품론이 고개를 들면 주가가 급락했다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인프라 구축은 앞으로 7~8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일축한 영향이다. 반도체 기업 TSMC가 독주하는 대만 증시의 일간 변동성이 1%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변동성이 도드라진다.
정근영 디자이너
코스피 개인투자자 비중(거래량 기준)이 올해 기준 67%로 해외 주요국보다 높다는 점도 한몫한다. 코스닥은 78%로 더 높다. 미국 등 선진국은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이 유입돼 단기 변동성을 낮추는 점과 대비된다. 한국은 빚을 내 투자한 경우도 많다.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뜻하는 신용거래융자는 이달 6일 기준 31조99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21조원대에서 6개월 만에 10조원이 늘었다. 증시가 급락할 경우 자동으로 매도(반대 매매)되는 구조여서, 외부 충격에 증시가 과민 반응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코스피는 과거 보지 못했던 급등락을 하고 있다”며 “코스피 상승 피로 누적, 과열 양상 심화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발표를 전후해 기대감이 이미 반영됐고, 선행 주당순이익(EPS)도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단기간에 폭등해 부담이 남아있는 가운데 미국 AI주 불안까지 확대되면서 최근 반도체 중심으로 외국인 차익 실현 유인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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