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제 없애고 또 다른 규제"…‘새벽 지각변동’에 판도 뒤집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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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13년 만에 규제가 풀리는 반면, 이커머스엔 없던 규제가 새로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는 이를 좋은 소식으로 봐야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새벽배송 택배기사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한쪽 규제를 없애고 또 다른 규제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은 택배 새벽배송 제한 시간을 당초 주 40시간에서 46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9일 본지가 확보한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중간 합의문’에 따르면 ‘새벽배송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은 주 46시간을 초과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주 5일 근무제 시행 전까진 주 50시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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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역에 주차된 쿠팡 배송 차량. 뉴스1

합의문에 따르면 택배 사업자와 영업점은 2027년 1월 1일부터 야간 배송 택배기사의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해야 한다. 즉, 내년 1월 1일 전까진 새벽배송을 주 50시간까지는 허용하되, 그 이후엔 46시간만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택배기사들의 반발로 합의에 어려움을 겪자 배송시간을 늘린 새로운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는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정부, 쿠팡·CJ대한통운 등 택배사,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택배 대리점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새벽배송 기사들은 “제한 시간을 조금 늘려줬을 뿐 생존권 위협은 여전하다”며 “수입은 줄고 근무 환경은 나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새벽배송 기사 대다수는 개인사업자로, 본인 선택에 따라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업무 가중을 피해 근무일을 주 6일로 늘려 물량을 나눠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노동 시간과 일수를 제한하면 수입이 줄고, 고정된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단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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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한 새벽배송 기사는 “노동 시간이 줄면 투잡을 뛰거나 택배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한다”며 “또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물량을 배송하게 되면 오히려 노동 강도가 세지고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기사 20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1.5%가 새벽배송 주 40시간 또는 46시간 제한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배송이 허용되는 대형마트도 택배사와 대리점을 이용할 경우엔 동일한 시간 제한을 적용받는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허용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당·정·청은 지난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 새백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간 배송 중인 매장들을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주차장, 냉장·냉동트럭, 최적화된 물류 동선까지 우수한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간 온라인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 제품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직장인 김선희(37)씨는 “쇼핑 선택지가 넓어져 더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새벽배송 시간이 제한될 경우 택배업계는 추가로 인력을 채용해야하고, 이는 택배비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규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은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재편하고, 소비자 편의를 높일 것”이라면서도 “새벽배송 시간 제한은 새벽배송 기사들의 일거리를 줄이고, 인력난을 심화시켜 물류 비용 상승이나 배송 차질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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