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면에 실린 사진, 메달색만 바꾸면 되겠네요

본문

btf36e25778f456f537be020ba258fca0e.jpg

1월 27일 중앙일보 1면에 등장한 여자 컬링 대표팀. 왼쪽부터 김은지, 설예은, 설예지, 김수지, 김민지. 사진 속 범대륙선수권 동메달을 올림픽에서 금메달로 바꾸겠다고 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금메달 들고 한 번 더 신문 1면에 나올게요.”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설예은(30·리드)은 최근 중앙일보 1면을 장식한 자신과 팀원들의 기사를 보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대회 개막 전,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린 본지의 기사(‘평창의 영미는 잊으시라, 5G가 온다’)는 선수들에게 기분 좋은 자극이자 강한 동기부여가 된 듯했다. 팀원 5명의 이름과 별명이 모두 ‘지’로 끝나 붙여진 별명이 바로 ‘5G’다. 5G 통신처럼, 이들은 이제 알프스산맥의 차가운 빙판 위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btd751352ed44437cb848da7eb74dd7666.jpg

지난해 10월 범대륙선수권대회 동메달을 딴 여자컬링국가대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을 금색으로 바꾸는게 목표다. 사진 대한컬링연맹

설예은은 “우리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좋아한다. 그랜드슬램 우승, 수퍼리그 우승, 세계 랭킹 3위 기록 모두 한국 컬링 역사상 최초였다”며 “이번에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 2일 스위스 베른으로 출국해 적응을 마친 5G는 9일 결전지인 코르티나담페초에 입성했다. 12일 오후 5시 5분(한국시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1차전을 치르며 대장정을 시작한다.

bt7bede8b83e8e19c34408951be168cb2f.jpg

연습 중인 여자컬링 국가대표. 연합뉴스

컬링에서 스킵(주장)은 야구 에이스 투수 만큼 중요한 역할이다. 각 엔드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스코어를 결정짓는 최종샷을 던져야 한다. 현 대표팀은 5명 중 스킵 출신이 무려 3명이나 포진해 있다.

먼저 김은지는 2015년부터 10년 넘게 경기도청의 스킵을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서드로 나섰던 그는 팀 내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이자 맏언니이기도 하다. 아침저녁으로 8?씩 뛰어 ‘의정부 고라니’라 불리는 김은지는 “동생들의 샷이 위축되지 않게 하는 것이 주장의 역할”이라며 “첫 올림픽에 나서는 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팀의 서드인 김민지(27)는 2018년부터 4년간 춘천시청의 스킵으로 활약하며 김은지, ‘안경 선배’ 김은정(강릉시청)과 함께 국내 ‘빅3 스킵’으로 꼽혔던 인물이다. 상대의 스톤이 쌓이면 여지없이 깨부수는 전술에 관중석에선 탄성이 절로 나온다. 10대 때부터 맡아온 스킵의 중압감에 4년 전 컬링을 그만두고 경찰 시험 공부를 고민하다 김은지 팀에 합류했다. 컬링계에서는 “축구로 치면 킬리안 음바페가 맨유에 간 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신중한 김은지와 파워풀한 김민지의 만남은 시너지를 냈다. 김은지의 지시를 김민지가 완벽히 소화하면서 포지션별 샷의 흐름이 한층 매끄러워졌다. 김민지는 “스킵 경험이 풍부해 은지 언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서로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내며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세컨드 김수지(33) 역시 2016년 춘천시청에서 스킵을 맡았던 전력이 있다. 설예은은 “팀에 스킵 경험자가 3명이나 있어 각도를 보는 눈이 정확하고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장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빙판 위에서 이들과 치열하게 다퉜던 김은정 중앙일보 해설위원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위원은 “현 대표팀은 샷 메이킹이 탄탄하고 플랜B까지 완벽해 상대하는 입장에서 막막할 때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bt7a32d2152a32a10397d8ef91995f7ca8.jpg

큰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는 설예은, 김은지, 김민지, 설예지(왼쪽). 앞은 김수지. 연합뉴스

5G의 또 다른 동력은 쌍둥이 자매 설예은과 설예지(30·얼터)다. 설예은은 “나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트러블 메이커다. 무너지는 날도 있겠지만 초긍정 마인드로 언니들 손잡고 ‘깔깔깔’ 웃으며 경기에 임하겠다”며 “금메달을 따면 팀원들을 다 업고 춤을 추겠다”는 유쾌한 공약을 내걸었다. 설예은은 왼손, 설예지는 오른손으로 투구하는 쌍둥이지만 성향은 다르다. 설예은보다 차분한 설예지는 얼터로서 출격 준비를 갖춘 채 팀을 다독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련기사

  • [단독]"떠나보니 알겠더라"…16세에 은퇴했던 美피겨퀸의 깨달음 [2026 동계올림픽]

  • "이탈리아 빙판 위 순간이동"…컬링 '5G' 훈련장에 뜬 비밀병기

  • 영미는 이제 잊G~ '겨울왕국 실사판' 5G가 빵빵 뜬다

  • 쇼트트랙 최민정, 혼성계주 1번 주자 낙점 "몸싸움 안 밀릴 것"

  • 금메달 따고 GD·지수 만날 결심…Z세대 국가대표가 강한 이유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7,47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