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닉 성과급이 불지핀 전쟁"…삼성도 서울대 '윗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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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300동 내 카페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가 주최한 박사장학생 캠퍼스리쿠르팅이 진행됐다. 박사장학생에게는 장학금과 채용 기회가 제공된다. 이영근 기자

“2년 전만 해도 반도체 사이클이 꺾여서 진로를 잘못 선택했나 우울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선택지가 많아져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네요.”

9일 오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300동 유회진학술정보관.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가 주최한 박사장학생 캠퍼스 리쿠르팅(채용설명회)에 참석한 전기·정보공학부 4년차 박사과정 대학원생 A씨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매년 열리는 리쿠르팅이지만, 업황이 좋아지면서 분위기도 훨씬 활기차진 것 같다”고 말했다.

300동 일대는 서울대 정문에서 한참을 올라가야 해 학생들 사이에서 ‘윗공대’로 불린다. 전기·정보공학부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 밀집한 곳으로, 국내 반도체 인재 양성의 산실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반도체 인재에 장학금·채용까지 ‘입도선매’ 

이날 채용설명회는 300동 내 카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다. 오후 3시 카페에선 대학원생 10여명이 현직자와 1대1 또는 1대2로 마주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후에도 설명회를 찾는 대학원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50석 정도인 카페에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학생들은 “요즘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 “현업에서 내 전공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조직 문화와 연봉 수준은 어떤지” 등 현실적인 질문을 쏟아냈고, 현직자들은 실제 경험담을 곁들여 답했다.

이번 채용설명회는 ‘미래 반도체 엔지니어’를 겨냥한 자리다. 삼성전자는 대학원생에게 장학금과 졸업 후 입사 기회를 제공하는 박사장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는 수년 뒤 유망할 반도체 기술을 미리 연구·개발해 일선 사업부로 이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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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300동 내 카페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가 주최한 박사장학생 캠퍼스리쿠르팅이 진행됐다. 이영근 기자

현장 곳곳에서 반도체 호황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반도체와 직접 연관이 없는 전공의 대학원생들도 여럿 방문할 정도였다. 기계공학부의 한 대학원생은 “작년에는 세부 전공이 일치하지 않아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는 워낙 업황이 좋다고 해서 혹시 기회가 있을까 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측도 “확실히 예년보다 신청자 수가 늘었다”고 전했다.

나노 기술 분야를 전공하는 기계공학부 대학원생 B씨도 이날 설명회를 찾았다. 그는 학부 시절 SK하이닉스에 합격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고 한다. B씨는 “돈이 안 중요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결국엔 좋은 연구 환경에서 커리어를 어떻게 쌓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퍼사이클’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캠퍼스로 향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주요 대학을 찾아 현장에서 곧바로 채용을 결정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억대 성과급 지급으로 불을 지피면서 인재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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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301동(제1공학관) 1층 로비에서 미국 마이크론 대만법인이 현장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우림 기자

반도체 인재전쟁에…‘하의치한약수’ 신조어까지

이런 흐름은 대학 입시 지형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7개 대기업이 참여한 16개 계약학과의 지원자는 2478명으로, 전년보다 38.7%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 연계 계약학과 8곳과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3개 계약학과에 몰린 지원자가 1610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원가에서는 최상위권인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를 가리켜 ‘하의치한약수’(하이닉스·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업계에선 당분간 반도체 인재 품귀현상이 계속될 걸로 본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인력 수요가 2021년 17만7000명에서 2031년 30만4000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매년 새로 유입되는 인력은 5000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31년에 부족한 인력은 5만4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AI반도체대학원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 반도체 설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연구 생태계는 잘 마련돼 있다”며 “결국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수준의 처우가 뒷받침돼야 인재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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