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투자 늦다" 격노에...다카이치, '소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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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 정박한 핵추진항모 조지 워싱턴함에서 다카이 사나에 총리가 연설을 마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짜 점심은 없다?'
총선 압승을 거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대미(對美)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교도통신은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산업상이 11~14일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회담을 갖는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일본이 지난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3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돈독한 우정을 한껏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인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3월 다카이치 총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선거 개입' 논란까지 야기할 만큼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선거 직후에도 “압도적인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신을 지지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썼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따뜻한 말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데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덕담과 달리 수면 아래서는 갈등도 감지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완전한 지지'를 표명하기 전날, "'대일(對日) 문제로 격노하고 있다'는 말이 미 행정부 관계자를 통해 일본 측에 전달됐다"고 9일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이 약속했던 대미 투자 이행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2025년 말까지 일본의 대미 투자 1호 안건을 확정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현재까지 가스 발전,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 등 3개 사업을 1호 안건으로 삼겠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지난해 10월 28일 도쿄 아카사카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투자 계획이 지연되자 트럼프 대통령 측에선 “일본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심리하는 가운데, “일본 측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집행을 미루다가, 관세가 위헌이 되면 5500억 달러 투자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일방 통보해 큰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 정부의 현재 대일(對日) 입장이 이 정도로 악화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례를 본 일본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이 출국 하루 전 방미 일정을 발표한 것은 이번 회담이 미리 예정된 것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사실상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 역할이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담당했던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러트닉 장관과 서로를 '하워드' '료'라고 부른다"고 밝혔을 만큼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 정부의 실제 속내는 미국의 의심과는 다르다는 것이 일본 언론들의 분석이다. 닛케이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거액의 대미 투자·융자를 실행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빚’을 만들어 두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특히 3월 미·일 정상회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쓸 수밖에 없다.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등으로 중국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3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측에 방위비 추가 증액과 쌀 시장 추가 개방, 원자력발전소의 신규·추가 건설에 대한 10조 엔 규모의 일본 자금 투입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닛케이는 "‘협상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의 ‘전면 지지’는 공짜가 아니다. 트럼프 정권은 늘 대가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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