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韓 관세 인상' 주도한 러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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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주도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억만장자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에 휩싸이며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對美) 투자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관세와 대부분 품목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고 일방 통보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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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듣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 민주당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관계 절연”했다더니…문건에 250번 등장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을 분석한 결과 러트닉 장관이 밝혔던 것보다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긴밀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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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 상당수는 완전히 검게 칠해진 상태로 공개됐다. AP=연합뉴스

러트닉 장관은 지난해 팟캐스트에서 “엡스타인과 2005년 만난 뒤 혐오감을 느껴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개된 문건에는 2005년 이후에도 엡스타인과 계속 교류했고, 엡스타인과 카리브해 섬을 함께 방문하려고 했던 정황도 확인됐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엡스타인 문건 250여 건에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은 뉴욕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 사이드에서 10년 간 옆집에 살며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했다. 이밖에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하고, 뉴욕과 카리브해에서 사교 활동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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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상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ABC는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 매수 등으로 성범죄 유죄 선고를 받았는데, 러트닉 장관은 2018년까지도 엡스타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2011년 5월 엡스타인의 일정표에는 러트닉과의 술자리 일정이 적혀 있었다. 2012년 12월엔 러트닉이 가족을 데리고 엡스타인이 소유한 섬을 방문할 계획이 적혀 있다. 비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도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

민주당 ‘사퇴 ’총공세…공화당서도 비판

민주당은 러트닉 장관이 명백한 거짓말을 했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날 성명에서 “러트닉이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의 사업 거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이는 러트닉의 판단력과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있을 자격이 없다”며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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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켄터키)과 민주당 로 칸나(캘리포니아) 의원이 9일(현지시간) 법무부 청사에서 편집되지 않은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열람한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원 감독위원회의 로버트 가르시아 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러트닉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즉답을 피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혁신적인 내각을 구성했다”며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를 포함한 전 행정부는 미국 국민을 위한 성과를 내는 데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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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자료 가운데 날짜가 명기되지 않은 사진들. AFP=연합뉴스

비판은 공화당을 향하고 있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전날 CNN에 출연해 “솔직히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러트닉이)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원 감독위원회의 제임스 코머(공화·켄터키) 위원장도 러트닉 장관의 의회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코머 위원장은 다만 “앞서 위원회가 발부한 미처리 소환장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트럼프 “나는 무관”…공범은 ‘거래’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엡스타인 의혹과 관련 “말 그대로 나를 겨냥한 음모론 외엔 아무것도 나온 게 없다”며 “이제 보건의료 등 사람들이 실제 신경 쓰는 다른 문제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SNS에선 “(의혹은) 엡스타인과 부도덕한 거짓말쟁이 작가가 나와 대통령직을 훼손하기 위해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타인 의혹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언론이 만든 허구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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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제공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소장품에서 나온 날짜 미상 사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엡스타인(가운데)과 함께 미상의 여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엡스타인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엡스타인의 옛 연인이자 공범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길레인 맥스웰은 연방 의회 증언을 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구했다.

맥스웰의 변호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고, 맥스웰만이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듣길 원한다면 간단한 길이 있다”며 “맥스웰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혹은 감형을 받는다면 완전하고 정직하게 진술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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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9일 미국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사진에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이 2020년 7월 교도소에 수감된 모습이 확인된다. 맥스웰은 의회 증언을 거부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요구했다. AFP=연합뉴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사면을 보장하면 유리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맥스웰은 지난해 7월 하원 감독위원회에도 같은 요구를 한 바 있다.

엡스타인 쇼크…대서양 건너 영국 먼저 강타

엡스타인 쇼크는 미국에 앞서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 영국부터 강타했다. 엡스타인 문건의 여파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최측근인 모건 맥스위니 비서실장이 전격 사임했고, 팀 앨런 공보수석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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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9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피터 맨덜슨 전 주미 대사가 엡스타인에게 거액의 자금을 수령한 정황이 드러나며 부적절한 사진 역시 공개됐는데, 스타머 총리가 맨덜슨을 직접 임명했기 때문이다. 스타머 총리는 퇴진 요구가 쏟아지자 맨덜슨 기용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에선 지지율이 20%선까지 하락한 스타머 총리가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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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 속 사진에서 영국의 앤드루 전 왕자가 바닥에 누워있는 여성과 부적절한 자세로 등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왕실도 추문에 휩싸였다. 작위가 박탈된 앤드루 전 왕자가 엡스타인을 버킹엄 궁으로 초대해 비밀 만남을 제안한 정황이 밝혀지고, 부적절한 행실을 암시하는 사진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앤드루는 현재 윈저의 관저에서 퇴거하여 샌드링엄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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