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합당, 갈등만 부르고 없던 일로…정청래 마이웨이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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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드라이브가 10일 멈춰섰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6·3 지방선거 전 합당이 어렵다고 의견이 모이면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2일 원내 지도부 및 최고위원회와의 사전 논의 없이 ‘지방선거 전 합당’을 제안한 지 19일 만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0일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의원들은 대체로 통합 필요성은 공감했으나, 현 상황에서 합당 추진은 명분은 있더라도 추진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합당 제안이 ‘지방선거 압승을 통한 국정 성공’이란 진정성에서 비롯됐다 해도, 추진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 대표 특유의 ‘마이웨이’ 방식 추진 탓이 크다. 깜짝 합당 추진 발표가 합당 반대론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지자 정 대표는 “당원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겠다”고 전 당원 의견 수렴을 공언했다. 하지만 ‘최고위 반청 3인방’으로 불리게 된 강득구·이언주·황명선 최고위원이 “정 대표의 독단적 의사 결정 방식”을 곧장 문제 삼았고, 정 대표가 이렇다 할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의원들의 반감이 당내에 확산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모든 걸 당원 투표로 밀어붙이는 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내부 소통과 설득이 먼저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10일 의총에서도 여러 의원이 ‘절차와 원칙이 결여된 합당 논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재선 의원은 “20여명 정도가 발언했는데,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식의 합당은 안 된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김주원 기자
지방선거를 불과 넉 달 앞둔 시점에 합당으로 얻을 정치적 이익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의원 여론을 악화시킨 주요인이다. 지도부 구성이나 공천 과정에서 ‘혁신당 몫’을 일정 부분 떼줘야 한다는 데 다수 의원이 반감을 느낀 것이다. 합당을 둘러싸고 여권 일각에서 ‘밀약설’, ‘김어준 기획설’ 등의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합당 파열음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정 대표가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를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은 한층 극대화됐다.
10일 의총 직전 정 대표와 만난 재선 의원 모임(더민재) 대표 강준현 의원은 “대체로 의원들 생각은 합당 논의를 당장 중단하고, 국정과제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며 “당원 투표 이야기도 나왔지만, 대체로 내부에서 해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원조 친명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 정도가 유일하게 선거 전 합당을 주장했다고 한다.
한명숙 전 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왼쪽부터)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 대표는 이번 합당 무산으로 리더십 균열은 물론, 정치적 책임론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합당을 찬성하는 박지원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도 “취약 지역의 선거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며 “조국 대표가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에 나올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합당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조차 정 대표의 추진 방식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지방선거 연대 후 합당’을 주장했다고 한다. 중진 의원들의 여론은 “더는 공개석상에서 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에 쏠렸다.
이날 의총에선 갈등 봉합을 위한 당 지도부의 사과 조치 요구 등이 빗발쳤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합당 제안 형식과 관련해 대표가 이미 사과를 했지만, (거듭) 사과해야 한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내부에서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을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에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브리핑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청래 지도부의 2차 종합특검 추천 파장까지 덮친 까닭이다. 지난 2일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를 특별검사 후보로 올린 데 대한 당내 불만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의원님들의 뜻을 모아 최고위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당과 지방선거에서 연대를 한 뒤, 선거 후 통합 논의 기구를 별도로 만드는 등의 절충안이 지도부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혁신당이 순순히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박병언 혁신당 대변인은 YTN 라디오에서 혁신당이 “피해자 입장”이라며 “민주당 쪽에서 적절한 수준의 사과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정 대표가 김어준·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장외 지원세력만 믿고 일을 추진하다가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쳤다”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정 대표는 합당이 대표 연임용이 아나라 지방선거 승리용이었다는 식으로 진정성을 강조하겠으나 정치적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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