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늘어나는 임종, 따라오지 못하는 공급…생애말기 산업 '미스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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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화장장의 장례수요가 폭증한 가운데 광주 영락공원 화장장 앞에 장례 행렬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화장·요양 등 생애 말기 필수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공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 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서 늘어나는 임종 수요보다 인프라 확충이 지연되면서 요양·장례 전반에서 구조적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등했다. 그러나 화장시설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삼일장을 마치고도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 73.6%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도 75.5%에 머물렀다.
화장시설 부족은 대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다. 2024년 기준 서울의 화장시설 가동 여력은 사망자 수 대비 -11.7%지만 전북은 116.2%로 여유가 컸다. 한은은 지역 간 부동산 비용 격차와 함께 혐오시설인 화장장을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님비) 현상이 대도시에서 더 강했던 탓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분석 결과 면적당 선거인 수가 10% 줄어들면 화장시설 설치 확률은 7.4%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님비로 공급이 지연될수록 지역 주민이 장례 지연과 원정 화장의 부담을 떠안는 ‘부메랑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대안으로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제시했다. 기존 병원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라 심리적 거부감을 낮추고, 임종·장례·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칠 수 있어 유족 편의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실장은 “현대의 기술로는 화장시설도 친환경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인요양시설 역시 지역 간 수급 불균형이 뚜렷했다. 2024년 기준 생애 말기고령 인구 대비 요양시설 잔여 정원 비율은 서울이 3.4%로 거의 포화 상태지만 충북(17.6%)·경북(15.8%)·전북(12.4%) 등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한은은 “요양시설의 귀속임대료를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수요자가 부담하도록 하며, 관련 산업에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산업적 대응’을 주제로 연세대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축사에서 “초고령사회라는 도전을 사회적 부담이 아닌 산업적 기회로 다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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