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126년에 갚는다”, 빅테크 ‘쩐의 전쟁’…알파벳, 100년물까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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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만기 100년짜리 초장기 채권 발행에 나선다. 채권을 매입하면 원금 상환은 2126년에 이뤄진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한 세기에 달하는 ‘센추리 본드(Century Bond)’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0년대 이후 약 30년 만이다.

Google과 그 모회사인 알파벳의 본사 외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해있다. EPA=연합뉴스.
10일 블룸버그ㆍ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알파벳이 영국 파운드화로 표시되는 100년 만기 채권과 스위스 프랑 채권을 포함해 총 5개 만기의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100년물 채권은 국가나 대학, 듀폰·코카콜라·월트디즈니 등 전통적인 우량 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유럽에서도 옥스퍼드대학과 프랑스전력공사(EDF), 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 정도다. IT 기업 중에서는 IBM(1996년)과 모토로라(1997년) 사례가 있지만, 이후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며 자취를 감췄다. 그만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의 반응은 벌써 뜨겁다. 알파벳은 앞서 9일(현지시간) 미국 달러화 표시 회사채 발행으로 200억 달러(29조원)를 조달했다. 당초 예상한 150억 달러(22조원)를 크게 웃돌았다. 3년물부터 최장 40년물로, 1000억 달러(146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장 40년물(2066년 만기)의 가산금리는 초기 논의(1.2%포인트) 수준보다는 낮지만, 미 국채보다 약 0.95%포인트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파벳은 지난해에도 5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미국 기술기업 채권 중 가장 긴 장기물이었다. 웨이브랭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앤드루 다소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순저축자였던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차입에 나서는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아마존ㆍ알파벳ㆍ메타 플랫폼ㆍ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총 자본 지출은 6500억 달러(약 950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해서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올해 4000억 달러(약 590조원) 규모의 빚을 낼 걸로 예상한다. 지난해 1650억 달러(약 240조원)에서 2.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알파벳의 이번 장기 채권 발행에 정통한 한 은행 관계자는 FT에 “대형 기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막대한 자본을 고려해 투자자 풀을 확대하기 위해 다중 통화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달은 구글의 재무 건전성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드러내는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이어 “복리 효과를 감안하면 장기물일수록 금리가 반드시 높은 것도 아니고, 기업과 투자자 모두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나누는 구조로 안정적인 장기 배당에 가까운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향후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올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2조2500억 달러(328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대형 기술기업의 막대한 채권 발행이 시중 금리를 끌어올려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을 압박하는 ‘구축 효과’를 불러올 거란 지적도 나온다. 모나칠 캐피털 파트너스의 알리 멜리 최고투자책임자는 “부정적인 사건이 몇 가지만 겹쳐도 (채권) 매도세가 촉발되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며 “시장이 좋을 때는 신용시장이 매우 유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매수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윤여삼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반도체 기업과 비교해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높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채권 시장 내 테크 비중은 주식 시장보다 낮아 신용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소프트웨어발 금융 불안을 아직 심각하게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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