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협 부회장 “증원 무조건 반대 아냐, 무너진 의학교육 먼저 바로 세워야"
-
22회 연결
본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10일 정부의 2027~2031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확정과 관련해 “증원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숫자보다 무너진 의학교육과 의료 시스템을 먼저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년간 의정 갈등을 거치며 의료 현장이 급격히 무너졌다”며 “그 이전에도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향후 10년, 20년 뒤가 더 걱정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아직도 증원 숫자 논쟁에만 매몰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작 중요한 것은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한의사회, 서울시약사회 등 4개 의약인 단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의대생 집단 휴학 이후 발생한 2024~2025학번 동시 교육(더블링) 문제를 가장 큰 우려로 꼽았다. 황 회장은 “지금도 두 학번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추가 증원을 논의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며 “증원이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먼저 무너진 의학교육을 복구하고 의료 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의대 교육 기반 붕괴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에는 기초의학 교수들이 거의 없고, 임상 교수들도 의정 갈등 이후 수도권이나 지역 거점 의대로 이동하면서 상당수 지역 의대가 황폐화됐다”며 “현재 인원조차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 수만 늘리면 교육의 질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원을 하더라도 1~2년 정도 늦춰 교육 여건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기계적으로 지역에 학생을 배정할 것이 아니라, 교육이 가능한 곳에서 제대로 가르친 뒤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역에서 필요한 의사를 지역에서 교육하라는 정책은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책상에서 결정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은 필수의료 기피의 근본 원인으로 의료사고 형사처벌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지금처럼 형사처벌을 전제로 민사소송이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기 어렵다”며 “의사들은 무조건적인 형사처벌 면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위험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의 사명감 약화도 우려했다. 황 회장은 “자기 손으로 사람을 살리겠다는 소명 의식을 품고 의대에 진학하지만, 형사처벌 우려 등 어려운 현실과 싸우다보면 타협하게 된다”며 “그럼에도 가슴 속에는 여전히 불씨가 있지만, 지난 2년간 정부와 사회의 시선 속에서 그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선수의 능력 차이가 과실이 아니듯, 의료 행위에서도 결과의 차이가 곧바로 과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이 떨리는 손으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젊은 의사들이 다시 ‘낭만닥터 김사부’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수의료를 되살리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