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 한마리 끌 듯 '지옥 특훈'… "최민정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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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최민정(왼쪽)이 미국 선수에게 걸려 넘어진 김길리 대신 달리기 위해 터치하고 있다. 개최국 이탈리아는 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종호 기자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 12번째 바퀴에서 1위를 달리던 커린 스토더드(미국)가 넘어졌고, 추격하던 김길리(22)가 정면충돌하며 고꾸라졌다.
최민정(28)이 급하게 달려가 터치한 뒤 추격에 나섰지만 격차가 크게 벌어진 뒤였다. 심판진은 미국에 페널티를 주지 않았고, 한국은 결승행이 가능한 2위 이내에 있지 않아 어드밴스를 받지 못했다. 한국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최종 성적 6위로 끝났다.
아직 끝이 아니다. 최민정은 “계주는 잘하면 다 잘한 거고, 못하면 다 못한 거다. 개인 종목에서 보완해 보여드리겠다”며 심기일전했다. 최민정은 이날 여자 500m 준준결승 예선을 조 2위로 통과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냉정하게 레이스를 운영하는 최민정의 별명은 ‘얼음 공주’. 고1이던 2014년부터 10년 넘게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그는 “감정을 보이는 순간 스스로 흔들릴 수 있어 항상 절제하는 게 익숙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최민정은 4년에 한 번, 올림픽 금메달을 딸 때만 웃는다는 얘기도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에서 질주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최민정은 “내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해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하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다”며 늘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그의 국보급 기술인 아웃코스와 급가속이 타고난 건 아니다. 1m60㎝ 작은 키로 몸싸움에 밀려 인코스가 불리했던 최민정은 코너에서 강한 원심력을 이겨내야 했다. 그래서 봉에 고무밴드를 묶고 마치 소 한 마리를 끌 듯 잡아당기는 훈련을 반복했다.
동료들도 경탄하는 터질 듯한 허벅지 근육,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시그니처 기술을 만들어냈다. 그가 10년 넘게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금메달 17개를 딴 최민정은 2023년 돌연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대회를 앞두고 스케이트화 끈을 묶는데 숨이 턱턱 막혔다고 한다. ‘얼음 공주’는 1년 동안 빙판을 떠나 몸과 마음을 녹였다. 로드 사이클을 타고 이탈리아 보르미오와 스텔비오 고개를 넘었다.
초심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하얼빈 아시안게임 3관왕에 등극했다. 마음의 여유도 생겨 요즘엔 부쩍 잘 웃는다. 최민정은 지난달 30일 밀라노에서 생일을 맞은 심석희(29)를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2018 평창 올림픽 때 심석희가 최민정을 고의 충돌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관계를 회복하고 원팀으로 뭉쳤다.
쇼트트랙 대표팀 최민정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그는 ‘대한민국은 최민정 보유국’이라는 댓글을 가장 좋아한다. 피겨 김연아, 축구 손흥민 등 특급 스타 몇 명에게만 허락된 수식어다. 최민정은 “수식어에 걸맞게 더 잘하고 싶다. 웃으면서 끝내는 올림픽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가 써내려 갈 모든 게 역사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딴 최민정이 금메달 1개를 추가하면 한국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 2개를 보태면 통산 메달 7개로, 동·하계 올림픽 한국인 최다 메달 단독 1위가 된다. 최민정에게는 아직 500m, 1000m, 1500m와 3000m 계주 등 네 종목이 남아 있다.
한편 김길리와 이소연도 여자 500m 예선에서 1차 관문을 넘었다. 임종언, 황대헌, 신동민도 무난히 예선을 통과해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쇼트트랙 여자 500m와 남자 1000m 메달 레이스는 나란히 13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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